야당 시장·의원 군 훈련장 확장반대 주민 교량
국방부에 대책 지속 요구…제주는 불신만 키워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된 강정마을과 군(軍) 훈련장 확장공사가 진행중인 파주시 무건리는 유사한 과정을 통과하고 있다.

특히 두 지역 모두 ‘군사기지’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지난해 6·2지방선거를 통해 야권 지자체장 및 의원들을 당선시켰다. 하지만 이후 보여지는 풍경은 다르다.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은 미국 측의 요청으로 주한미군이 사용하고 있는 연대급 이상의 전술훈련장이다.
군 당국은 1996년부터 권역화 사업을 추진, 부지매입을 추진했다. 기존 훈련장의 두 배 면적인 길이 18㎞, 폭 5㎞, 3504만㎡ 규모의 사격장과 전술훈련장을 조성하는 계획이다.

이 곳은 지난 2002년 효순, 미선양의 사망사건으로 돌연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효순, 미선양은 당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훈련하던 미군 장갑차에 치여 사망했다.

군 당국은 지난 2009년 말까지 공사를 끝낼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주민들의 개별·집단이주가 끝나야 했다.

하지만 현재 확장공사는 고착상태에 놓였다. 주민들이 반대를 위해 ‘배수의 진’을 쳤기 때문이다. 대다수 주민들이 “이미 30여년 전에 토지를 거의 강제적으로 수용 당했고 국가의 안보를 위해 충분히 양보했다”며 “이제 더 이상은 안된다”고 맞서고 있다.

야당 지자체장과 의원들도 한 몫했다. 파주시민들은 사상 최초로 야당후보인 민주당 소속 이인재 시장을 당선시켰다. 파주시에서는 역대 지방선거에서 야당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그것도 ‘리틀MB’로 불렸던 류화선 파주시장의 아성을 깬 결과였다.

시의회도 한나라·민주당 각 5명의 의원이 진출했고, 여기에 민주노동당 의원 1명이 당선돼 야당에 힘이 쏠렸다.

신임 시장과 시의원들은 취임 후 국방부에게 주민들과 대화를 통한 해결을 지속적으로 촉구했다. 한나라당 시장, 의원들이 득세한 지난 시정·의회는 거의 모르쇠로 일관했다.

주민들은 무건리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기 때문에 농지가격이 기존 시세에 반 값도 못미친다고 판단, 보상에 기대를 걸지 않고 있다. 또 축산이 생업인 일부 주민들은 거주지를 옮기면 해왔던 일을 사실상 포기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또 주민들의 이전예정지가 농업이 어려운 ‘파주시 법원읍’이라 주민들은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시와 시의회에 대책을 집중 요구했다.

결국 이 같은 요구를 수긍한 시와 의회는 국방부와 주민 사이에서 교량역할을 하면서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다.

국방부를 향해 주민대책위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또한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고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지 않는 범위에서 생계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힘을 얻은 주민들도 점점 반대의 힘을 결집해 절대 무건리를 떠날 수 없다며 국방부와 대등하게 힘을 겨루고 있다.

반면 제주도정·의회는 해군기지 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지원대책 등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근민 도정은 ‘정상추진’을 선언해 주민들의 불신을 더욱 촉발했다. 의회는 무기력하게 도정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종일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사무처장은 “무건리 훈련장 사례를 보면 지자체·지방의회의 역할에 따라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 수 있다”며 “제주도 또한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야당 도지사·의원들이 당선된 만큼 강정마을 주민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국방부 등과 조율하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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