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에 1-2석패…8강 진출 도전 실패

사상 첫 원정 16강을 달성한 한국월드컵축구대표팀의 유쾌한 행보가 끝이 났다.

한국은 26일 밤 11시(한국시간) 남아공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에서 벌어진 우루과이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16강에서 1대2로 패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비록 우루과이에 덜미를 잡혔지만 23명의 태극전사들이 그동안 보여준 플레이는 온 국민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선전은 첫 경기부터 두드러졌다.

한국은 지난 12일 열린 그리스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이정수(30·가시마)와 박지성(29·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연속골로 2대0 완승을 거뒀다.

이정수는 전반 7분께 왼쪽 코너플래그 근처에서 기성용(21·셀틱)이 프리킥을 올려주자 오른발로 밀어 넣어 한국의 이번 대회 첫 골을 신고했다. 주로 중앙 수비수로 활동하면서도 여러 차례 골을 터뜨려 '골 넣는 수비수'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이정수는 단 한 방의 슛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마무리는 '캡틴' 박지성이 맡았다. 박지성은 1대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후반 7분 수비수 2명을 따돌린 뒤 왼발 슛으로 추가골을 기록했다. 환한 미소와 함께 선보인 탈춤 세러모니는 국내 팬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진돗개' 허정무 감독(55)은 그리스전을 통해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를 거둔 첫 번째 한국인 감독으로 이름을 남겼다. 앞서 한국에 월드컵 본선 승리를 안긴 감독은 거스 히딩크(64), 딕 아드보카드(63) 둘 뿐이다.

1승을 안고 맞이한 아르헨티나와의 2차전은 세계 축구와의 격차를 확실히 느끼게 해줬다. 물론 희망도 봤다. 0-2로 뒤지던 전반 막판 수비수 실책을 틈탄 이청용(22·볼턴)의 골은 그가 왜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태극 전사들의 투지는 23일 마지막 나이지리아전에서 절정에 달했다. 패할 경우 16강행이 무산되는 절박한 상황에서 선제골까지 빼앗겼지만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기성용-이정수 콤비가 다시 한 번 골을 합작하며 흐름을 탄 한국은 박주영(25·AS모나코)의 오른발 슛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아르헨티나전 자책골로 마음고생을 한 박주영은 그림 같은 프리킥이 골망을 흔들자 트레이드 마크인 '기도 세러모니'로 마음고생을 날려버렸다. 김남일(33·톰 톰스크)의 백태클로 잠시 위기에 빠지기도 했던 한국은 남은 시간을 실점 없이 잘 버티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지난 5일 남아공에 입성해 22일 간의 유쾌한 도전을 마친 태극전사들은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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