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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은 없었다…‘천막’에 경찰병력 재동원제주시 행정대집행 통해 범대위 농성장 강제 철거
범대위 “도정·의회 강력규탄…김병립 시장 사퇴하라”

▲ 29일 0시10분부터 제주시의 행정대집행을 통한 범대위의 농성장 강제철거가 진행됐다. 경찰병력 100여명이 투입된 철거과정에서 경찰과 범대위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민호 기자>
하루만에 100여명의 경찰병력이 다시 동원됐다.

27일은 강정에서, 28일은 도의회 앞에서다. 도정과 경찰은 “해군기지 반대”를 외치는 시민사회·종교단체의 입을 강제로 틀어 막았다. 해군기지의 합리적인 해결을 위한 대화와 소통은 안중에도 없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28일 ‘천막농성’을 위해 오후 2시30분부터 도의회 정문 옆 도로에 천막을 설치키로 했지만 제주시 및 경찰의 저지로 인해 결국 실패했다.


▲ 29일 0시10분부터 제주시의 행정대집행을 통한 범대위의 농성장 강제철거가 진행됐다. 경찰병력 100여명이 투입된 철거과정에서 경찰과 범대위간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민호 기자>

이 과정에서 제주도정과 도의회의 중재역할은 없었다. 현장엔 오직 충돌과 갈등만 존재했다.

해군기지 해결에 있어서 중재자로 나서야 할 제주시는 범대위의 천막설치를 막는데 모든 힘을 집중했다. 오후 2시부터 12시까지 100여명에 가까운 공무원들이 도의회에 집결해 시시각각 시민단체의 천막설치 여부를 예의 주시했다.


▲ 29일 오전 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가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병립 시장과 김찬종 도시건설국장의 사태를 요구하고 있다.<조성익 기자>

범대위가 천막을 설치할 움직임을 보이면 즉각 집단행동에 나서 몸싸움을 벌였다. 김병립 제주시장과 박승봉 제주시 부시장, 김찬종 제주시 도시건설국장 등 제주시 고위관계자가 직접 현장을 지휘했다.

김병립 제주시장은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며 “당장 천막을 설치할 이유가 있나. 일단 귀가하고 다음날 도로점용 허가를 받으면 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지루한 대치가 지속되던 29일 0시10분 제주시는 행정대집행을 통해 전투경찰 등 경찰병력 100여명을 동원, 범대위가 설치한 비닐 비가림막과 파레트, 천막설치를 위한 철제 구조물 등을 강제로 철거했다.

철거는 15분 가량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 공무원의 철거를 막던 김국상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사무처장이 공무집행방해혐의로 서부경찰서에 강제 연행됐다.


▲ 제주시와 범대위의 충돌과정에서 도내 모 시민단체 정모씨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벌어져 인근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사진제공=범대위>

이에 앞선 오후 10시50분경 도내 모 시민단체 소속 정 모씨와 고 모씨가 농성현장을 카메라로 채증하는 제주시 공무원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떠밀려 도의회 정문 옆 사각 구덩이에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정씨는 치아와 두개골이 깨졌고, 고씨도 머리를 다쳤다.

정씨와 고씨는 급히 119차량에 실려 한라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았다. 특히 정씨는 치아·머리의 손상이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치아 세 개가 부러지고 턱 밑이 심하게 찢어져 40바늘을 꿰맸다. 왼쪽 머리 부분의 출혈도 심했다. 정씨는 오늘 제주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정씨를 구덩이로 밀어 피해를 입힌 가해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서부경찰서는 이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수사에 나섰다.

범대위는 29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시를 강력 규탄했다. 범대위는 행정대집행을 총 지휘하는 한편 피해자에 대한 사과·배상 등을 외면한 김병립 제주시장의 퇴진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최소한의 의사표현을 막은 도정과 의회도 강력 비판했다.

이날 범대위는 “제주도의 행정과 경찰에 있어서 의사표현의 자유는 레미콘 차량 한 대, 2~3평 남짓 천막 한 동보다 못했다”며 “최소한의 의사표현을 위한 천막농성 시도 자체를 경찰도 아닌 제주시 행정당국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무참히 짓밟았다”고 개탄했다.

범대위는 “범대위의 천막설치 시도를 물리력으로 억제하려는 제주시 당국의 모습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했다”며 “어제 상황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도의회를 통한 중재를 요청했지만 이미 ‘강경진압’을 작정한 탓인지 제주시 당국의 의도 앞에서는 모두가 허사였다”고 토로했다.

범대위는 “시민의 의사표현을 억압하고, 도민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우근민 도지사는 모든 책임을 지고 공식 사과하라”며 “대화보다는 물리력을 우선시해 시민의 의사표현을 폭력적 수단으로 진압한 김병립 시장은 시장직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원 기자  yunia@jejudo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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