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도민회 도의회서 ‘천막농성’ 선언…경찰사과 촉구
도정 주요현안 해결 난맥상…사회통합 의지 어디로

‘사회통합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선언한 우근민 도정이 출범 6개월여를 앞둔 현재 소통·통합부재를 상징하는 ‘천막도정’으로 전락했다.

우근민 도지사는 지난 7월1일 취임 당시 제주도를 ‘사회통합의 위기’로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공언(空言)에 그치고 말았다.

도내 최대 현안인 해군기지는 물론이고 도내 각종 노동현안 등의 해결·소통능력의 역부족을 여실히 드러냈고, 주민·시민사회단체들은 잇단 ‘천막농성’을 통해 도정을 향한 불신을 정면으로 드러내고 있다.

천주교제주교구 평화의섬 특별위원회·평화를 위한 그리스도인 모임·제주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이하 범도민회)는 28일 오후 2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무기한 천막농성’을 공식 선언했다.

범도민회는 “경찰의 강제연행에 강력한 규탄의 의사를 밝히며 경찰청장의 공식사과를 요구한다”며 “우리의 정당성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대응에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범도민회는 “우근민 도정과 강창일·김우남·김재윤 의원, 제주도의회는 그동안 알맹이 없는 약속, 권한부재 등 면피로만 일관했다”면서 “제주의 운명이 걸린 군사기지 문제가 파국 직전으로 치닫는 지금, 제주도정은 물론 국회의원, 도의회 할 것없이 머리를 맞대고 문제해결을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과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범도민회는 “오늘부터 도의회 천막투쟁을 비롯한 모든 수단과 노력을 동원해 투쟁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범도민회는 기자회견 후 강정천 인근 해군기지 공사현장에 설치한 천막을 도의회로 옮겨 본격적으로 농성을 시작했다.

강정마을회도 조만간 별도 천막을 마련, 도의회에서 농성을 벌일 예정이다. 강동균 회장은 천막에서 단식농성도 진행키로 했지만 가족 및 주변인들이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만류해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범도민회는 이날 오전 오영훈 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과 위성곤 행정자치위원장을 만나 27일 연행된 주민·시민사회·종교단체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의 처벌을 막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오영훈 위원장과 위성곤 위원장은 빠른 시일내에 제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을 만나 경찰의 강제연행을 항의하는 한편 경찰의 시정을 강력히 촉구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도내 3대 노동현안에 대한 해결도 결국 내년으로 미뤄졌다.

여전히 도청 앞 천막농성은 진행중이고, 도정은 별다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행정의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8일 오후 5시 우근민 도지사와 직접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논의한 가운데 고대언 민노총 제주본부장은 우 도정의 현안해결 및 소통능력에 불만을 드러냈다.

우 지사와 만남에 앞서 고대언 본부장은 “제주도정이 현안해결에 진정성이 없다”면서 “지난 대화에서도 문제가 됐지만, 현안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천막을 철거하라는 도의 요구는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본부장은 “5시에 예정된 우 지사와 대화도 고작 한 시간이면 끝내야 한다”면서 “앞으로 대화를 정례화해 해결방안을 마련하겠지만 도의 진정성있고, 성실한 대화자세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민일보 이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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