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강제연행 이어진 혼돈의 ‘6시간30분’
강정주민 평화·침묵시위 예고했지만 경찰 ‘법 원칙’ 따라 강제연행
범대위 “기자회견 불법집회 볼 수 없어”…해군특위 경찰과 면담

충격과 혼돈의 6시간30분이었다. 주민들의 정당한 “결사반대” 외침은 공권력에 의해 무참히 진압당했고, 시민사회·종교단체의 정당한 ‘기자회견’도 ‘불법행위’로 규정당했다. 34명의 주민·범대위 관계자가 서귀포경찰서로 강제연행돼 종료된 이날 현장을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 AM 6:00~8:00
오전 6시. 적막감이 가득했다. 아직 해가 떠오르지 않은 강정 해군기지 공사현장에는 몇 차량만 지나갈 뿐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전혀 예감치 못하게 했다. 점차 날이 밝고, 주민들이 하나 둘 씩 범대위 천막농성장 앞으로 모여들었다. 오전 8시 공사재개를 알리는 대형 포클레인이 빠르게 공사현장으로 들어갔다.

# AM 8:00~10:00
범대위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준비했고, 8시30분경 강정마을에 싸이렌이 울렸다.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주민 대부분이 입에 마스크를 썼다. 침묵시위를 뜻했다. 강정마을회가 평화적으로 반대의 뜻을 표명키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당초 10시에 예정된 기자회견이 9시30분으로 당겨졌다. 공사업체가 8시30분에 레미콘 차량을 공사현장에 진입시킬 예정이었지만 기자회견으로 미뤘다. 범대위 또한 경찰의 요청에 회견을 30분 빨리 시작했다.
공사현장 입구에서 4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기자회견에서 현문권 신부는 회견문을 통해 “지금 이대로 해군기지 건설이 추진되면 강정주민은 물론, 도민의 가슴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며 “도와 도의회가 이대로 손을 놓는다면, 영원히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 다시한번 도와 의회의 적극적이고도 결단력 있는 노력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 AM 10:00~11:00
오전 10시10분 오인구 서귀포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이 해산명령을 고지했다. 오 과장은 “예정된 기자회견 시각 10시를 넘겼기 때문에 미신고 집회다. 공사현장 입구를 막아선 것은 업무방해다. 당장 해산하라”고 경고했다.
그 시각 공사현장 입구에는 레미콘 차량 2대가 정차했고, 그 앞을 현애자 민주노동당 제주도당위원장과 이경수 진보신당 제주도당위원장, 한경례 여성농민회 제주지부장이 막아섰다.
범대위 측은 “정당한 의견을 표시하는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불법집회가 아니다. 기자회견이 끝나면 정상적으로 해산할 것”이라고 진압자제를 촉구했다.
경찰은 세 차례 고지 후 기자회견단을 현행범으로 규정, 10시35분 체포에 돌입했다. 먼저 신부·목사 5명을 연행했고, 레미콘 앞에 버티고 선 세 명도 끌고 갔다.
이어 10시43분 남은 기자회견단도 현행범으로 고지하고, 홍기룡 범대위 대책위원장을 비롯해 주민 4명 등 26여명을 연행했다.

# AM 11:00~12:30
강제현행 소식을 들은 제주도의회 해군특위 의원들은 당초 11시에 예정된 해군특위 회의를 취소하고 강정마을을 찾았다.
강동균 회장은 도의원들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행정과 도의회가 중재를 못해 주민들을 범법자로 몰아세우고 뭐하는 것이냐”며 “특위가 구성된지 언제인데,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느냐. 무엇이 법이고 원칙이냐”며 연달아 비난을 퍼부었다.
의원들은 범대위 천막 안에서 범대위 관계자들과 대책회의를 갖고 경찰서에 연행된 주민·범대위 관계자들의 법적 피해를 가급적 줄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의원들은 현장을 지휘하던 강대일 서귀포경찰서장과 주민들의 강제연행을 놓고 언쟁을 벌였다.
현우범 해군특위 위원장은 “지금 강제연행은 국무총리실장이 보낸 공식문서 내용과 상충된다”면서 “해군측의 공식사과, 명확한 지원계획 수립 등의 문서내용을 무시해 주민들을 잡아가면 사건을 더 크게 만드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강경식 의원(민주노동당)·이석문 교육의원 등이 격하게 항의했고, 강대일 서장은 “법대로 한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이 과열돼 잠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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