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권역외상센터, 신기술로 심정지 우려 차단,
도내 최초 ‘혈관내 풍선 확장술을 이용 대동맥 차단술’시도

퇴원을 하루 앞둔 L씨의 상처부위를 권오상 권역외상센터장이 돌보고 있다

제주권역외상센터가 도내 최초로 혈관내 풍선확장술을 이용한 대동맥 차단술로 초기 소생에 성공한 후 연속적인 수술로 중증외상환자의 생명을 구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10월 L씨(57)는 트럭 대 트럭간 충돌하는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졌다. L씨는 긴급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중증환자로 분류돼 제주한라병원 권역외상센터로 긴급 이송됐다. 구급대는 이동중 미리 병원과 연락을 취했고, 사고를 접수한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외상팀이 호출돼 대기상태에 들어갔다.

임씨가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외상팀은 기관 삽관하고 응급초음파를 시행했다. 복강내 액체 저류를 초음파로 확인하였고 환자 생체징후는 응급실 도착 당시 수축기 혈압이 100mmHg정도였으나 응급실 도착 10분 이내에 60mmHg까지 떨어졌다.

외상팀은 수술을 준비하면서 혈관내 풍선확장술을 이용한 대동맥차단술(REBOA)을 시행키로 했다. 다행히 REBOA 시행후 환자의 수축기 혈압은 80~90mmHg로 유지됐다.

무사히 심정지를 예방하고 수술실에 들어가 손상통제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중환자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 이후 임씨는 수 차례 추가 수술 및 정형외과 수술을 받았고 예후가 좋아 지난달말 퇴원한 후 외래를 통해 경과를 관찰하고 있다.

중증외상환자들은 손상 초기의 매 순간이 목숨을 살리는데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출혈성 쇼크 환자에게서 초기 지혈은 매우 중요하다. 이 가운데 복강 내 대량 출혈 환자의 경우 최단 시간 내 지혈을 하지 못할 경우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복강 내 출혈 환자에 대해 최단 시간 내 수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사고 후 수술 가능한 병원까지 최단 시간 내에 도착하여야 하고, 병원 도착 후에도 최단 시간 내 수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병원 내 시간 단축을 위해 권역외상센터의 의료진은 복부출혈이 의심되며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중증외상환자의 경우 응급외상초음파(extended FAST : Focused Assessment Sonography in Trauma)로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화 되어 있다. 하지만 수술실에 도착하기 전에 심정지가 오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이같은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외상응급실에서 소생 개흉술을 통한 대동맥 차단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REBOA 모식도

응급소생 개흉술은 좌측 흉부 늑간 사이에 길게 절개선을 넣어 개흉 심장 마사지(심정지시)나 대동맥 차단술(흉부 아래 출혈의 일시적 조절과 뇌와 심장에 혈류 보전을 위해 시행함)을 시행하는 수술적 처치로 이차적인 흉부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관통상이 아닌 둔상 환자의 경우 심정지 5분 이내, 관통상 환자의 경우 심정지 10분 이내 시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심정지가 오지 않은 환자에 대해 응급소생 개흉술을 시행하는 것은 아직 우리나라 의료여건상 거부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최근 권역외상센터에서는 이런 응급소생 개흉술의 이점 중에 하나인 대동맥 차단술을 대체하는 최신 기술로 혈관내 풍선확장술을 이용한 대동맥 차단술(REBOA : Resuscitative Endovascular Balloon Occlusion in Aorta, Figure 1 참조)을 도입하여 시행하는 케이스가 늘어나고 있다.

권오상 권역외상센터장은 “REBOA를 활용하기 전에는 이 같은 환자에게서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거나 수술 전 또는 수술 중에도 심정지 발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밝히고 “REBOA의 도입으로 가슴에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 응급소생 개흉술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향후 적극적인 소생술기들의 도입으로 중증외상환자들이 생존율을 높이는데 더욱 힘써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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