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홍콩 비행기 18시간 지연·결항, 공항서 발만 ‘동동’
제주항공 "기체 결함 안전 운항 최우선"…불편함 이용객 몫

제주항공

“몇 년 만에 친구가족들과 홍콩 여행을 계획을 세우고 설레는 여행이었는데 엉망이 돼 버렸어요. 공항에서 몇시간 동안 넘게 대기하다 결국은 결항 통보를 받고 어처구니가 없었어요. 다시는 제주항공으로 여행하고 싶지 않아요”

수년 만에 친구들 가족과 홍콩 여행을 계획했던 한모(제주·44)씨. 제주서 홍콩으로 가려던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기체 결함으로 운항이 취소됐다.

17일 밤 10시40분 출발 예정이었던 제주발 홍콩행 제주항공 7C2185편 여객기가 출발 전 안전 점검 과정에서 오류가 발견돼 두 시간가량 기체 정비에 들어갔지만 결국 운항을 취소하면서 189명의 이용객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한씨는 “안전이 최우선인 것은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주항공 직원들의 늑장 대응에 너무 화가 난다”며 “오후 8시부터 대기를 하고 있었다. 출발이 늦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이와 노약자를 위해 간식을 요청했으나 무조건 규정상 안 된다는 형식적인 대답만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한씨는 “그러다 밤 12시가 넘어서야 기체 결함으로 부득이하게 결항하게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몇 시간동안 어린아이들과 함께 무작정 공항에서 발만 동동 굴렸다"고 직원들의 대책없는 대응에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홍콩행 비행기가 지연되면서 홍콩에서 제주로 오는 이용객들도 공항에서 긴 시간을 대기하며 속수무책으로 기다려야만 했다.

홍콩발 제주행 이 비행기는 새벽 2시 25분에 출발해야 하는데 출발하지 못하고 18시간 이상 지연 18일 오후 6시 출발하기로 했다.

홍콩에 출장차 간 윤모(제주·27)씨는 “새벽에 공항에 도착해서야 항공기 결함으로 비행기가 지연됐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충분히 연락을 취할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 대응을 안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이모(서울·37)씨는 "지연·결항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엄청 불편했다. 입국심사 하고 들어갔는데 게이트 배정이 안돼서 계속 대기하다, 결국은 면세품을 다 반납하고 짐도 다시 찾고 나왔다"며 "일처리가 엉망이고 결국은 국제적 망신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제주항공 관계자는 “안전한 운항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결항·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며 "결항·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승객들에게 보상금과 숙소를 제공했고, 대체 항공편을 투입해 불편을 최소화 했다"고 밝혔다.

[제주도민일보DB]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층 국제선 수속장.

결국 이 불편한 상황들은 전부 이용객들의 몫이다.

최근 결항·지연의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기존의 규정에 따르면 항공기의 점검, 안전운항을 위한 예견되지 못했던 모든 조치들은 면책범위에 포함된다. 이렇듯 항공사들에 대한 면책범위가 매우 넓다보니 항공사에게 유리하게 적용되는 부분들이 많다. 불편한 상황에 대해서는 전부 이용객들이 직접적으로 밝혀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소비자에 대한 규정이 변경돼 보다 명확한 메뉴얼을 통해 보상규정을 마련하긴 했지만 법적으로 명문화 됐다기 보다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형태이기 때문에 보상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최근 이스타항공의 경우도 10시간 대기의 책임을 묻는 재판이 진행됐었다. 항공사는 기체결함을 주장했고, 그 기체결함에 대한 자료가 확보되지 않는 한 이 입증은 이용객들이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한 이용객은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몇 시간동안 공항 내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그런데 항공사 입장에서는 기체결함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 대답은 너무 안일한 대응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최근 결항 지연이 문제로 갈등을 빚은 항공사들은 대체로 저비용항공사들이 많은 것 같다”며 “이 같은 이유는 저비용항공사의 수익구조는 박리다매를 취하다 보니 국적기 항공사들에 비해 더 많은 항공권을 판매해 많은 운항대수를 보유해야 수익구조가 나기 때문에 무리한 편성 또는 무리한 운항을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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