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발언·폐회사 맹비난…"도민 농락, 근거없는 자신감"
원희룡 지사 "철저한 관리, 제도적 장치 등 강구" 되풀이

민의의 전당인 제주도의회에서도 영리병원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14일 속개된 제주도의회 제366회 제2차 정례회 제6차 본회의에서 의원들의 5분 발언, 김태석 의장의 폐회사 모두 영리병원 조건부 허용을 정조준했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2019년도 예산안 의결에 따른 인사말씀'을 통해 영리병원 조건부허가가 제주도를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원 지사는 "지난 주 저는 오랜 검토 끝에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한다는 조건으로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허가했다"며 "의료공공성 훼손 없이 제주와 우리나라의 대외 신인도를 지키고 지역경제 성장을 도모하는 최선이자 어려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 지사는 "공론조사위 권고를 수용하지 못한 점은 죄송하다"며 "내국인 이용 등 도민과 국민들이 우려하는 일이 없도록 이중·삼중으로 보안장치를 만들고 철저히 관리하겠다.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의원들은 도민을 농락했다고 비판을 이어갔다.

5분 발언자로 나선 강철남 의원(연동 을. 더불어민주당)은 "녹지국제병원 허가는 대한민국의 의료공공성을 훼손하는 첫 단추이자, 영리병원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의료민영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강 의원은 "지사는 법과 제도를 동원해 막을 수 있다고 하시지만 근거없는 자신감일 뿐"이라고 일침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들마저 사업계획서를 보지 못했던 점 ▲내국인 대상자 제한이 '진료거부 금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만 받았을 뿐 가능한지 확인된 바 없는 점 등을 들엇다.

만에 하나라도 사업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내국인 진료까지 확대될 수 있으며, 이는 당연히 의료 민영화, 공공의료 훼손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의원은 "자신의 결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미화하지 말라"며 "부끄러운 역사를 만드는 것을 지금 당장 그만두라"며 철회를 촉구했다.

숙의민주주의 조례를 대표발의한 이상봉 의원(노형 을, 더불어민주당)도 "조건부 허용은 공론조사 결과에 따른 정책권고안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병원 전환, 고용유지는 보완조치로 제언됐을 뿐 불허의 전제조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이 의원은 "공론조사를 선택했음에도 결과를 당연수용이 가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은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유불리만을 고려한 오만한 태도에 의한 것이자, 도민사회 전체를 농락한 것이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이 의원은 "지역 차원의 첫 공론조사 시행은 지사의 결정으로 인해 최악의 공론화 사례로 낙인찍히게 됐다"며 "도민과 국민 절반 이상이 영리병원 반대를 원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개설허가 철회와 숙의 민주주의 근간 훼손 행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태석 의장 역시 폐회사를 통해 "도민주권자인 집단지성이 선택한 고심의 결과를 받아들이자마자 이를 폐기한 현실에 직면했다"며 "주권자들의 숙의결과를 포기한, 도민주권이 돈과 고용, 그리고 외교분쟁이라는 단어에 얼마든지 포기될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이다"고 일침했다.

또한 김 의장은 "지사의 고뇌에 찬 결정이 정년 도민을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단지 다가올 어려움을 피하기 위한 도피적 결정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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