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물주 철거 신청…1948년 개장 이후 70년만
안전진단 E등급 '불가피'…행정 매입 수차례 무산

제주지역 최초의 극장이자 근대 문화예술의 성지였던 '현대극장'.

70여년이 넘는 풍파를 견뎌왔던 건물의 철거 절차가 진행되며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간 계속돼 온 보존 필요성 목소리를 감안하면 씁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12일 찾은 제주시 삼도2동 옛)현대극장 건물.

919㎡ 부지에 2층까지 건물 외부를 가림막이 덮고 있었으며, 내부 역시 텅 빈 공간이 됐다.

최근 건물주가 철거 신청을 했으며, 지난 7일 허가가 이뤄졌다.

일제시대였던 1944년 문을 연 현대극장은 무성영화 상영장과 유랑극단 공연장으로 활용됐다. 1948년 '제주극장'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며 도내 첫 영화를 상영하기도 했다.

나운규의 '아리랑' 등 많은 영화들을 상영함은 물론 각종 예술 단체의 쇼나 군관민위원회, 학생들의 예술 발표회 등의 다양한 공연장 및 사교장으로 사용되는 등 제주지역 근현대사에 있어 문화의 중심이자 사회변화 활동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1971년 현대극장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다, 1987년 경영난 악화로 폐업했다.

최초의 극장이자 역사의 장소적 가치로 현대극장을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또한 안전등급 최하위인 E등급을 받으며 시급한 보전이 필요성 제기도 계속됐다.

제주시에도 수차례 매입을 추진해왔지만 가격을 놓고 좀처럼 의견을 좁히지 못하며 무산됐다.

올 초에는 아라리오 뮤지엄이 건물 매입을 추진했지만, 지난 5월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며 최종 무산된 바 있다.

이대로 철거가 이뤄질 경우 도내 첫 극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셈이다.

현대극장 철거와 관련 도내 일각에서는 “옛 현대극장 건물은 우리가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역사적 공간"이라며 "민간에 매각되지 않도록 제주도가 건물 매입에 조속히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시민은 "긴 시간 도민과 함께 해온 역사의 산물인데 결국 철거를 한다는 소문이 들리니까 그저 안타까운 마음뿐 이라며 "일단 건물을 매입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해 보는것도 좋을 것"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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