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돈(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농촌지도사).

오는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주국제감귤박람회에 ‘감귤역사관’에 충분하게 담아내지 못한 이야기로‘수눌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수눌음이란 ‘수눌어간다’는 뜻이 명사화된 제주의 말이며, 함께 품을 교환한다는 의미이다. 제주에서는 예전에 농사일을 할 때 이웃끼리 서로 돌아가면서 도와 노동의 교환이 이루어졌었다.

제주도의 각 마을은 몇 개의 소집단으로 나누어 서로 도우며 일하는 수눌음이라는 공동체 조직이 자발적으로 구성되어 운영되었는데 마을에 힘든 일이 있으면 일시적으로 집단이 형성되어 순번을 정하여 일을 돕는다. 집을 지을 때, 초가지붕을 올릴 때, 농번기에 김을 맬 때, 산에서 큰 나무를 끌어내릴 때, 방앗돌을 굴릴 때, 밭을 밟아줄 때, 마을길을 닦을 때와 같이 일시적인 공동의 일이나 농사일에 힘을 합하여 협조하는 모든 것을 수눌음이라 부른다. 특히 농사일에서 제주도는 돌이 많고 물이 지표 속으로 쉽게 스며드는 화산섬이어서 논농사 중심의 집약적인 농업 양식은 적합하지 않았다. 대부분 전작 경작지로써 밭농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농업 조건이었는데 홀로된 과부라 할지라도 옆집의 남성이 밭을 갈아주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그 남성네의 밭에 김을 매주는 형식으로 수눌음이 행해졌다. 수눌음을 통하여 여성 혼자서도 스스로 농사를 지으며 생활 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주에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수눌음 정신이 있었으며 우리 제주인 마음속에는 조상대대로 내려왔던 수눌음 유전자는 여전히 내재하여 있다고 생각한다.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인구가 팽창하며 각박해져가는 작금의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네 일과 내 일 선을 긋지 않고 함께 나가는 제주의 수눌음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고령의 인구비울이 늘어나는 고령화,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양극화, 자기주장이 강하게 표출되는 개성화 등 사람들 간의 협력 관계를 어렵게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제주의 전통 협업문화 수눌음의 계승·발전은 사회 갈등의 문제들을 해소 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그리고 생활속에서 수눌음 문화를 접목시키는 노력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수눌음의 불씨를 다시 살려 키워내야 한다.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무형유산이다. 우리들의 미래인 청소년들에게 수눌음의 가치를 존중하는 문화를 가르쳐 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성돈(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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