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제주대학교 윤리교육학과 교수>

 

양길현 교수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사람은, 어떤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위상이 달라진다. 생각은 학습을 통해서 변화하고 수정보완해 나간다고 볼 것이고, 그래서 경험을 반추하고 성찰-반성하는 과정에서 생각은 체계화되고 패러다임의 창의적 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초-중등의 의무교육뿐만 아니라 대학의 고등교육에 이어 평생 학습하길 요청하는 이유가 바로 이렇게 생각을 체계적으로 지속하기 위해서이다.   

평생학습은 그것을 개인에게만 맡기기에는 개인을 위해서나 제주의 미래를 위해서 너무나 중요한 정책 사안이다. 그럼에도 틈만 나면 도민의 이해와 성원, 협력을 바라고 실천을 요구하는 데 비해, 정작 그 도민들이 자기역량 강화를 위해 단 1시간만이라도 깨어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기회 제공에는 인색한 것이 우리네 도정이다.  

개인 성장이 지역발전 밑거름

영세기업과 자영업이 지배적인 제주 사회에서 도민은 저임금-장시간노동-비정규직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도민 스스로 자기역량 강화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도민이 국제자유도시라든가 특별자치의 비전을 추진해 나가는 주체가 된다는 건 어렵다. 무언가 대책이 요구되는 데에도, 도정은 ‘나를 따르라’의 지시와 관리-통제에 더 매몰되어 있는 것이 우리네다.  

당연히 직장 내에서 평생학습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직장상사와 경영주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평생학습은 종업원을 비용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가치 창조자로서 생각하는 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성공과 직장의 활성화는 무릇 종업원의 능력개발과 그로 인한 자기만족이 중첩적으로 작용하는 데서 가능하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그래서 보완적으로 직장 내에서의 평생학습 가능성을 늘리고 기회를 제공함에 있어서 도정이 관련 교육기관-전문훈련기관과 손을 잡고 산-관-육(교육훈련기관)의 3각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그 하나의 방법이다. 당연히 이 경우 도정은 산-육 간의 거중 조정과 감독에 있지, 이를 통제하거나 관리하려고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일까 평생학습의 기능을 맡기는 데에는 업무 효율성을 중시여기는 기존의 업적중시 마인드보다는 협력지향적이고 창의적인 자세로 임하는 개방형 직위가 더 적합해 보인다.

평생 교육, 삶의 불안 해소 

기업과 직장 이외의 시민사회 내에서 보다 자발적인 평생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도정과 시민사회단체의 공조도 필수적이다. 다양한 형태의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시민사회단체의 창발성을 지원해 나가는 도민역량 강화야말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제주도정의 미래상일 것이다. 더욱이 평생학습은 사회안전망 확충의 일환이기도 하다. 

도민역량을 강화시키는 기회가 충분하게 주어지는 사회일수록, 그 구성원들은 자신감을 갖고 현재의 어려움과 미래의 불안에 적극 대처해 나갈 가능성이 클 것이다. 도민의 불안을 줄이는 게 어디 군과 경찰만이겠는가. 일상적 삶에서의 불안 해소야말로 현대 복지국가가 추구하는 ‘인간안보’의 목표일진대, 그렇다면 제주가 이번 기회에 평생학습의 선두에 나서는 것은 곧 인간안보를 실천해 나가는 또 한 번의 출발이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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