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낭

성기낭(우당도서관 늘익는 독서회)

지난 주말 많은 비를 뿌리던 태풍이 지나가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태풍 끝에 피어난 하늘은 유독 높고 푸른 가을빛을 뽐낸다. 그 한 자락에는 하늘하늘 억새의 흔들림이 눈부시고 점점이 뿌려진 눈꽃처럼 앙증맞은 메밀꽃도 어른거린다. 바다의 푸른빛은 그 깊이를 더한다. 그렇게 완연한 가을, 제주시는 책과 만난다.

작년부터 시작된 ‘책으로 가득한 섬, 제주-제주독서문화대전’이 “글의 곶자왈”이라는 부제를 달고 그 두 번째 만남을 준비하고 있다. 바다를 향한 그리움으로 탑동 광장을 내달리던 책들이 올해는 신산공원의 푸른 숲 사이,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자리 잡고 제주시민들을 만나게 된다.

다양한 책을 읽고 쓰고 만들면서 우리를 서로 잇게 만들 책들의 두 번째 잔치가 뿌듯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특히 어린 독자들을 위한 “책과의 한판 승부!-울려라 독서골든벨”이 처음 마련되어 눈길을 끈다. 2018제주독서문화대전의 마지막 날인 10월14일(일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90여 분간 진행되는 독서골든벨은 사전 신청을 한 도내 초등학생 3-6학년 100여 명의 어린이들이 신산공원 야외마당에 모여 책과의 한판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어린 독자들은 <똥돼지>로 제주의 통시 문화를, <바람의 신 영등>으로 제주의 신과 제주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 4.3은 왜?>의 또래 주인공들의 눈을 통해서 제주의 아픔을 함께 느끼게 될 것이다.

<우리말을 담는 그릇, 한글>로 한글의 소중함과 올바른 언어생활을 생각해 볼 것이고 영원한 고전 <어린왕자>로 마음 속 깊이 남을 향기 나는 문장들을 만날 것이다.

답답한 실내 공간에서 벗어나 신나게 책 이야기와 숨바꼭질을 하게 될 어린 독자들의 유쾌 발랄한 숲의 떠들썩함이 벌써부터 흐뭇해진다. 보일 듯 말듯 숨어버린 이야기의 흔적을 찾아 골몰하는 어린이의 모습도, 잽싸게 찾아내고서 의기양양 웃음 지을 어린이의 모습도 한바탕 즐거운 승부로 함께 나누는 독서의 현장을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의무감으로 읽어내는 생기 잃은 책읽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무언의 강요된 책읽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동무들과 놀 듯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책읽기였으면 좋겠다. 그 시작이 ‘2018제주독서문화대전’이고 책과 아이들의 숨바꼭질, ‘독서골든벨’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 가을, 숲도 자라고 어린 독자들도 자라는 그런 계절의 책 섬이 되길 희망해본다.

우당도서관 늘익는 독서회 성기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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