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시장 9월1일부터 포장 양배추 하차경매, 농민들 “물류비 증가”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시기 못 미뤄…물류비 지원 대책 마련중”
허창옥·오영훈 의원, 23일 박원순 서울시장 면담해 유예 요청 예정

양배추 수확중인 농민들.

전국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시장 박원순)가 제주지역 농민 반발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9월 1일부터 하차경매를 강행한다고 밝히자 제주도의회가 강한 우려 입장을 밝혔다.

농민 뿐만 아니라 생산자단체인 농협, 제주도의원들은 “농민 피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하차경매 추진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현대화시설이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하차경매를 추진하면 신선도가 생명인 농산물을 더위와 한파에 고스란히 노출 시키게 될 것이라고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불합리한 조치를 비판한다.

1985년 설립된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은 시대적 흐름과 인근 아파트 주민들 요구에 시작됐다. 현대화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반발했다.

우여곡절 끝에 공사는 현대화 사업을 시작했지만 정작 일선 현장 농민들은 준비가 덜 돼 혼란을 겪는다. 하차경매가 바로 문제다. 하차경매는 차에서 농산물을 하차한 뒤 경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공사 쪽이 요구하는 대로 포장화를 하게 되면 하역비뿐만 아니라, 물류비용이 추가로 발생된다. 이에 따른 비용은 모두 생산자 또는 생산자 단체인 농협 등이 부담해야 한다. 특히 제주지역은 육지부와 다르게 물류비용이 많이 발생하는 만큼 농민들은 하차경매를 반대했다.

허창옥 제주도의회 의원이 22일 제주도의회 출입기자들과 만나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제공=제주도의회.

허창옥 제주도의회 부의장은 “단순하게 공사 입장만 생각하고 고려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1년 365일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농민들 입장도 고려해 달라”며 “하차경매 문제점을 검토해 최소한 시설이 완공된 상태에서 하차경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해 달라. 또한 현대화 사업 추진에 따른 경매방식에 대해서도 농민과 충분한 논의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호소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9월1일부터 가락시장에 출하되는 모든 양배추를 대상으로 하차경매 한다. 이에 따라 가락시장에 출하하기 위해서는 팰릿에 박스포장, 망 포장 후 랩핑(비닐, 그물망), 망 포장 후 물류용기(메쉬 톤백, 우든 칼라 등) 등을 이용해야 한다.

허창옥 부의장은 하차경매 유예를 요구하는 제주도의원들 서명을 받아 23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직접 전달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과 만남에는 허창옥 의원, 오영훈 국회의원, 강성균 의원(애월읍)을 비롯해 생산자 단체를 대표해 강경남 애월농협 조합장 등이 참석한다.

공사쪽은 이미 하차경매를 시행해 본 경험이 있는 무, 양파, 총각무 등을 내세우며 당위성과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차경매 시행초기는 매번 어려웠지만 자리가 잡힌 뒤에는 경락가격 뿐만 아니라 농가 수취가격도 올랐다는 것이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관계자는 그럼에도 “제주도는 해상운송이라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고민이 된다”며 “물류비를 조금 더 지원하기 위해 농수산식품공사, 제주도, 도매법인들과 함께 머리를 모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수산식품공사와 제주도, 농림축산식품부, 애월농협, 생산자 대표 등 18명으로 구성된 제주양배추하차거래추진협의체는 오는 28일 회의를 열고 대책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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