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오뎅’ 유재현씨

고향 충북제천의 ‘빨간오뎅’ 제주 전파
하루 4시간 자는 고된 생활이라도 즐거워

자신의 가계를 차린지 아직 한달이 채 안된 유재현씨(34·연동)는 하루 4시간만 자는 고된 생활을 이어가고 있지만 지금이 어느 때보다도 편하고 즐겁다.

충북 제천이 고향인 재현씨가 제주도에 정착한지도 4년이 흘렀다. 건축시공과 관련된 일을 하던 재현씨는 제주대학병원 신축 현장에서 일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온 것을 계기로 지금껏 제주에서 생활하고 있다.

“당시 회사에서 아프리카 앙골라, 북한, 제주도 중 한 곳을 가야했어요. 이중 제주도가 제일 낫겠다 싶었죠”

그렇게 시작된 재현씨의 제주도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른 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결국 일을 그만두고 아무일이나 닥치는대로 하기 시작했다.

“웨이터, 게임장 종업원 등 안해본 일이 거의 없었어요. 중국집 배달일만 빼고 몸으로 하는 일은 거의 다 해본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생각해도 ‘고생이다’ 싶었죠”

제주도 생활은 고생스러웠지만 재현씨는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주도민으로 평생을 살아야 겠다고 생각했다.

“가끔 명절 같은날 육지에 가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탁한 공기가 느껴졌어요. 그래서 제주도에서 계속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또 제주도에서 생활하면서 알게된 지인들이 많아지면서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재현씨는 제주도에서 오래도록 생활하기 위해 자신만의 장사를 시작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고향에서 유명한 ‘빨간오뎅’ 장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아직 제주도에는 알려지지 않아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전까지 요리를 해본적도 없는 재현씨가 음식 장사를 시작하겠다는 말에 주변에서 걱정도 많이 했다고. 그러나 그는 무작정 고향 제천을 찾아 ‘빨간오뎅’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지난달 제주시 연동에서 본격적인 장사를 시작했다.

주차장 한켠에 마련된 그의 포장마차의 영업시간은 저녁 5시부터 새벽 5시까지다. 장사를 마치고 설겆이 등의 뒷정리를 하고나면 한시간이 훌쩍 흐른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장사에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꼬치에 어묵을 꽂는 등의 작업을 하다보면 잠잘 수 있는 시간은 4시간 정도라고.

“잠이 부족한 게 가장 힘들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지금껏 해본일 중 가장 편해요. 장사를 하면서 손님들과 얘기하는 것도 즐겁고, 제가 만든 음식을 찾아주는 손님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맙죠. 이렇게 1년 쯤 고생해서 매장을 갖는게 꿈이에요”

그의 가계에는 벌써 단골 손님도 제법 생겼다. 가게를 찾은 손님의 “맛있다”다는 칭찬에 그의 손길이 더욱 분주해졌다.

<제주도민일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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