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환경운동연합 등, “제주도는 도유지 임대 거부해야” 촉구

멸종위기에 있는 제주 고사리삼.

“제주 고유의 숲에 열대 우림의 대형 야생동물을 풀어놓는 계획을 중단하라”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사)곶자왈사람들, (사)제주참여환경연대는 25일 성명을 내고 “제주도 도시계획위원회는 오는 27일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의 관광휴양 개발진흥지구 지정안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제주도는 사업부지의 도유지 임대 거부를 명확히 함으로써 사업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이들 단체는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은 구좌읍 동복리 산 1번지와 산 56번지 99만1,072㎡의 부지에 사자,호랑이,코끼리,하마,코뿔소,재규어,기린 등 총 141종 1,172두의 외국의 대형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시설과 숙박시설을 짓는 계획”이라며 “제주도만의 고유의 숲에 열대 우림의 맹수들과 대형 동물을 갖다 놓겠다는 황당한 계획으로, 제주의 정체성과도 맞지 않는 사업”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무엇보다도 사업부지는 선흘곶자왈의 일부”라며 “영향평가 대행업체가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는 사업부지는 곶자왈이 아니라고 기술되어 있지만 지질적․생태적 특징을 보았을때 선흘곶자왈의 일부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인근에 제주도 지방기념물이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동백동산의 특징인 파호에호에용암(빌레용암)지대가 사업부지에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단체는 “선흘곶자왈의 가장 큰 특징인 독특한 건습지가 사업부지에 많이 흩어져 있고 이 중 11곳의 건습지에서 세계에서 선흘곶자왈 일대에만 존재하는 희귀식물인 ‘제주고사리삼’(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발견됐다”며 “종가시나무,구실잣밤나무,동백나무 등의 상록활엽수림의 생태축이 끊어지지 않고 동백동산에서 사업부지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선흘곶자왈의 특징 중 하나인 ‘숲속 안의 습지’들이 여러 개 분포하고 있고 멸종위기종 순채가 자라는 습지도 2곳이 발견됐다”며 “이러한 곳을 선흘곶자왈이 아니라고 하는 것부터가 눈 가리고 아옹 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단체는 “동백동산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이유는 동백동산 중심에 있는 ‘먼물깍’을 포함해서 선흘곶자왈 내에 다이아몬드처럼 박힌 수많은 ‘숲 속 습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사실상, 람사르습지는 먼물깍을 중심으로 반경 100미터 지역만 할 것이 아니라 습지가 흩어져 있는 선흘곶자왈 전체를 지정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그럼에도 “동백동산 바로 옆에서는 곶자왈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대형 관광시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사업이 그대로 진행될 경우 힘들게 얻어낸 람사르 습지 등록 철회가 될 사유가 될 가능성도 배제 못한다”고 우려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5월12일에는 이 사업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는데 이때 멸종위기동식물의 보전 문제, 대형동물의 분뇨처리 문제, 생태계 교란 등 문제제기가 이어졌지만 사업자는 제대로 된 답변도 못한 채 유야무야 끝나버렸다”며 “그런데도 사업 계획에 대한 조금의 수정도 없이 다시 도시계획위원회에 상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로 이들 단체는 “사업예정지 중 25.5%(252,918㎡)가 제주도 소유의 곶자왈이라는 점으로, 사업자는 제주도와의 임대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사업계획을 제출한 상태”라며 “하지만 그동안 제주도가 곶자왈 보전을 위해 사유지인 곶자왈을 매입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쳐오고 있는 상황에서 도유지인 곶자왈을 파는 것은 완벽한 모순이기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길 경우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실제로 지난해 말 한 언론사와의 토론회에서 원희룡 지사는 사파리월드사업에 대해서 ‘기존에 된 것도 사후관리 방안을 찾아야 될 마당에 곶자왈을 파헤치는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사파리월드 사업자가 도유지를 팔아달라고 하고 있지만 아직 제주도는 판 것이 아니다. 도유지는 둘째 치고 주민간 의견이 다르고, 심의가 아직 진행 중에 있다"며 "제가 도지사에 취임한 이후 도유지를 팔아보지 않았다’는 말로 사실상 도유지 매각 불가 입장을 분명히 천명한 상태”라는 점도 상기시켰다.

특히 이들 단체는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은 제주도의 자본검증 대상에 포함됨으로써 사업자의 자금력도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 사업 시행 승인을 받은 이후, 이를 비싸게 되파는 ‘먹튀’가 제주도의 관광 개발사업에서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는데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봤다.

“선흘곶자왈은 북오름과 거문오름에서 나온 뜨거운 용암이 흐르면서 약 1만년의 시간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숲”이라고 강조한 이들 단체는 “이러한 곳에 해외의 대형 야생동물들을 들여온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라며 “황당한 계획이 제주도의 사업 승인 공식절차에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상황 자체가 제주도의 관광정책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에 이들 단체는 “도시계획위원회는 이 사업의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제주사파리월드 사업 부지에 대한 관광·휴양 개발진흥지구 지정을 불허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제주사파리월드 사업에 대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제주도는 도유지 임대 거부를 명확히 함으로써 이 사업에 대한 절차이행 중단을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