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역에 내린 폭염·가뭄으로 농작물 피해 극심
농민, “이렇게 가뭄 지속되면 밭 갈아 엎어야 할 판”
제주도, 농작물 가뭄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

서귀포시 안덕면 조모씨는 지난 7월 8일 뿌린 콩씨가 크지 않아 속만 태우고 있다.

연이은 폭염으로 제주가 불타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 마음이 타들어 가고 있다. 특히 제주도 서쪽과 안덕면, 동쪽 성산읍 등을 중심으로는 오랜 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농작물 생육을 넘어 생산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농민들은 우려한다.

제주시 한림읍, 서귀포시 안덕면 농민 말을 들어보면 가뭄으로 인해 농작물이 크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7월초 비가 내린 뒤 콩씨를 뿌렸지만 그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발아가 멈췄다는 게 농민들 설명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농사를 짓는 조모씨는 지난 7월8일 4만9586㎡(1만5천여평)에 콩씨를 뿌렸지만 발아가 되지 않아 한숨만 내쉬고 있다. 비가 내리지 않고 이 상태로 10일이 지나면 몽땅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씨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답이 없다”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콩 생육에 문제가 있고, 나중에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칠게 분명하다. 10일이 지나도 비가 내리지 않으면 폐작할 상황이다. 작물이 크는데도 시기가 있는데 그 시기를 놓치면 말짱 꽝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제주도민일보] 가뭄으로 바짝 타들어간 밭.

한림지역도 가뭄이 심각해 콩 씨를 뿌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월동채소 파종도 해야 하지만 비가 언제 내릴지 몰라 농민들은 ‘전전긍긍’하며 마른하늘만 보고 한숨만 내쉰다.

김모씨는 “비가 안와서 콩 씨를 못 뿌리고 있다”며 “앞으로 비 소식도 없다는데 아무것도 못하겠다. 월동작물도 파종해야 하는데 걱정이다. 비가 와서 촉촉해야 밭을 갈 텐데 그러지도 못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서귀포시 성산읍도 가뭄으로 인해 피해가 심각하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모씨는 “가뭄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비트, 브로콜리를 심어야 하는데 거름만 뿌리고 비가 언제 내릴지 마른하늘만 보고 있다.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라고 답답함을 토해냈다.

서귀포시 남원지역 농민 또한 가뭄 때문에 감귤 생육을 걱정하고 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한 농민은 감귤에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매번 가뭄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아직까지 감귤에는 피해가 크지 않지만 지하수가 없는 농민은 매년 가뭄 때문에 걱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하수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행정에 요구하면 관할당국은 ‘광역화’ 이야기만 하는데 농업용수 관리 권한을 좀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지 않나. 가뭄이 일어날 때 마다 지하수 없는 농민들은 하늘만 보고 한 숨 쉬어야 하는 게 통탄스럽다”고 성토했다.

[제주도민일보] 한 농민이 24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귀덕리에 위치한 밭을 트랙터로 갈아 엎자 희뿌연 흙먼지가 날리고 있다.

한편 제주지역에 폭염특보가 장기화되면서 제주도는 농작물 가뭄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제주도는 도내 전역 폭염특보가 장기화됨에 따라 초기가뭄 현상으로 콩 등 일부 작물에 위조 현상과 생육부진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7월 하순부터 파종(정식)해야 하는 당근, 양배추, 브로콜리 등 월동채소 파종기를 앞두고 있어 농작물 가뭄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로 전환, 가뭄피해 대책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지역은 20일 현재 기준 주요 지점별 토양수분 상황을 살펴보면 매우 건조 2개소, 초기 가뭄 7개소, 약간 건조 5개소, 적습 5개소, 과습 11개소로 비가 오지 않을 경우 파종(정식)시기 일실이 우려되고 있다.

가뭄피해 예방대책은 1단계 가뭄대책 준비단계(23일부터 8월15일까지)로, 농작물 가뭄대책 추진에 따른 관계관 회의를 열고 기관별 역할분담 등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기관별 농작물 가뭄대책 종합상황실을 설치 운영키로 했다.

관정과 물빽, 양수기 등 시설․장비 점검과 가동 준비, 지원체계를 구축해 급수지원에 차질 없도록 조치해 나가기로 했다.

도로변에 설치된 급수탑(148개) 전면 개방과 저수지 및 용천수 등에 양수기를 설치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가뭄 장기화에 대비한 소방차량, 액비운반차량, 레미콘 차량 등 이용 가능한 물차 동원 준비에 철저를 기해나갈 계획이다.

[제주도민일보] 수확을 기다리고 있는 기장.

이어 2단계 확산단계(8월16일부터 가뭄해갈까지)에는 농작물 가뭄 비상대책 근무체계로 전환해 소방차량, 액비운반차량, 레미콘차량, 활어유통차량 등 급수 수송에 지원 가능한 차량을 총 동원하여 급수지원을 실시하고, 취수원[저수지, 용천수, 관정(사설 포함)]을 전면 개방하는 등 적극적인 급수지원을 통해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이우철 도 농축산식품국장은 “가뭄 해갈 시까지 행정, 유관기관·단체 등 협업으로 가뭄 극복을 위한 비상체제를 유지하면서 필요하다면 가뭄 극복을 위해 예비비 투입 등 행․재정적 지원을 해나가겠다”며 “장기적으로 농업용수통합 광역화사업 추진으로 항구적 가뭄피해 예방 및 물 걱정 없이 영농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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