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음 오케스트라, 장애 인식 개선 곳곳서 연주회 “도민 곁으로”
송수연 단장, “장애인들 나서 사회 봉사, 도립오케스트라 목표”

제주도내 발달장애인으로 이뤄진 오케스트라 ‘하음 앙상블’이 도내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며 천상의 화음으로 도민들 마음을 녹여내고 있다. 특히 ‘하음’은 장애인인식개선 프로그램 일환으로 도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열며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있다.

‘하음’은 지난 2014년 창단 공연을 시작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화음’에서 착안한 하음은 ‘하나’와 ‘음악’이라는 단어 앞 글자를 따서 더한 말이다. 7년 전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유명 오케스트라가 제주국제관악제에 참여했다. 이 공연이 ‘하음’을 창단하도록 마음을 움직였다.

송수연 하음 단장은 “7~8년 전 제주국제관악제에 서울의 유명 발달장애인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장애인들은 늘 혜택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는 받는 것만이 아닌 사회에 나가서 봉사 연주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하음앙상블 창단 배경을 밝혔다.

이어 송 단장은 “2014년 3월 지역사회바우처를 이용한 관현악기 교육을 시작해 같은 해 12월에 관현악 앙상블인 ‘하음앙상블’을 창단했다”며 “하음앙상블은 발달장애인들의 음악적 재능을 발굴하고 합주연주를 통한 다양한 소통으로 발달장애인들 사회성과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지역사회와 장애인당사자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 단원과 부모님이 함께 만든 아름다운 선율

물론 쉽지 않았다. 일상 생활조차 어려운 발달장애인과 함께 악기를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라니! 발달장애인 단원 열정 이면에 부모님과 지도교사 노력이 숨어 있다는 게 송 단장 설명이다. 발달장애인 단원 열정과 부모님, 지도교사 노력이 더해졌기에 앙상블이 운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송 단장은 “친구들은 악기를 선택할 때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발달장애가 자폐와 지적장애로 나뉘는데 지적장애는 어느 정도 소통이 가능하다. 하지만 ‘하음’은 대부분 자폐성 장애 친구들로 이뤄져 있다.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자기 의견을 아주 세세하게 이야기 하지는 못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 보니 지도, 연주하는 과정에 부모가 ‘매니저’처럼 따라 다닌 다는 것.

연습하는 과정에서 힘든 점도 많다. 보조강사 한 명이 투입 돼도 연습 진행이 매끄럽지 않을 때 도 있다. 아이들이 이해 못 하는 부분도 있다.

하음 앙상블.

# 땀 흘린 연습은 배신하지 않는다.

하음 단원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100배’ 연습하고 땀을 흘린다. 악기를 다루는 실력이 하루아침에 완성 되는게 아닌걸 알기 때문이다. 현재 하음 단원은 합주연습 주3회, 파트연습 주1회를 정기적으로 한다. 이 외에도 개인 레슨도 받고 있다. 결과는 무대에 올라도 손색이 없을 만큼 수준이 향상됐다.

단원은 연습에 연습을 더하고, 단장을 비롯한 실무진은 운영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단법인 하음'을 창립했다. 송 단장은 “올해는 작년보다 공모사업을 더 받았다”며 “오케스트라 운영을 위해 법인을 설립했는데, 법인을 설립했다고 지원 해주지 않더라. 제주문화예술재단에 공모 신청해서 사업비도 받고, 제주도 도움도 받아서 운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단원들 지휘는 도립제주예술단 교향악단 단원인 홍상기 씨가 맡고 있다.

#“기회가 되면 더 많이 연주하고 싶다. 그러나…”

‘하음’은 지난해 찾아가는 연주회를 네 차례 진행했다. 지원금을 받긴 했지만 부족했다. 그러나 기회가 되면 가능한 연주를 많이 하고 싶다는 게 송 단장 포부다.

송 단장은 “지난해 찾아가는 연주회를 통해 노인과 장애인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에 가서 연주를 했다. 또 제주시내 한 교회에서 진행하는 캠프를 찾아가서 공연도 했다”며 “단원 부모님도 비장애인 앞에서 연주하는 것과 여러 장애인 및 노인 앞에서 연주하는 게 기분이 다르다고 하더라. 장애인, 노인들이 더 즐거워하고 좋아해 주니까 부모님들도 너무 좋다고 말씀해 주셨다. 이제까지는 받는 것에 익숙해 졌는데, 기쁨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나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하음’은 2014년 창단 연주회를 시작으로 작년에 4회 정기연주회까지 마쳤다. 올해는 5회 정기연주회를 목표로 하고 있다. 11월 17일 제주문예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도 예정돼 있다.

함덕초등학교를 방문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하음 홈페이지.

# “우리 목표는 도립오케스트라, 많은 관심 필요”

송 단장은 최근에야 원희룡 지사 공약에 ‘하음 앙상블 정기 공연지원’이 명시돼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김경학 제주도의회 의원이 도정질의 당시 화음앙상블 활동 내용이 담긴 3분짜리 동영상을 본회의장에서 틀어준 것이 원 지사 마음을 움직였던 것이다.

송 단장은 “장애를 설명하는데 박사님이 강의를 하는 것 보다, 장애 당사자들이 직접 가서 연주 하면서 인식을 개선하는 게 더 좋다”며 “부모님들 중 한분이 장애인식개선 공연 때 사회를 보며 발달장애가 무엇인지 이야기도 해주셔서 효과가 배가 된다”고 말했다.

송 단장은 “막상 시작해 보니까 제일 좋은 건 발달장애 친구들에 대한 부모 인식이 바뀐다는 점이다. 공연 후 평가도 너무 좋다. 이 사업은 원래 우리가 해야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에는 교사, 제주대 특수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 뿐만 아니라 도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음’은 도립오케스트라를 목표로 준비중이다. 송 단장은 “장애인 연주도 다니고 있는데 도립 오케스트라가 되면 할 일이 많겠더라. 발달장애 특수성과 장애인 음악적 재능을 살려서 오케스트라를 ‘도립화’ 하는 것도, 제주특별자치도라는 특색에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 추진위원회도 구성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재릉초등학교를 방문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하음 홈페이지.

# 학생과 교사에게 감동, 비장애인에겐 ‘동기부여도’

‘하음’은 지난 19일 재릉초등학교를 방문해 학생을 대상으로 연주회를 열었다. 재릉초등학교 쪽은 장애 이해주간을 맞아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21일에는 선흘분교에서도 공연했다.

이날 공연에는 베토벤 합창교향곡 중 널리 알려진 ‘ode to joy’ 등 클래식과 더불어 해바라기가 노래한 ‘사랑으로’ 등 5곡을 30여분간 연주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줘 학생 및 교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는 게 학교 쪽 설명이다.

더욱이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하음 오케스타라가 만들어진 과정을 비롯해 발달장애인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동영상도 학생들에게 보여줬다.

김경애 재릉초등학교 교감은 “장애인이 이렇게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을 보고 매우 감동했다. 더욱이 학생들은 자기들 하는 것과 비교하는 계기도 됐다”며 “특히 동영상을 보면서 어려움을 이길 수 있다는 과정을 느끼기도 해 교사와 학생 모두가 감동했다”고 말했다.

재릉초등학교를 방문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하음 홈페이지.
함덕초등학교를 방문해 연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하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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