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보상 작물에 ‘감귤’ 포함 안돼…농민은 실효성에 의문 제기
농민 “낙뢰로 하우스 감귤나무 모두 불타버려 3년간 소득없어”
제주도, 원 지사 공약 ‘제주형재해보험’ 준비…“당장은 힘들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가면서 내리친 낙뢰로 인해 불 타버린 감귤나무.

자연재해로 농작물이 피해를 입을 경우 농민이 믿고 기댈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농작물재해보험’이지만 정작 일부 품목은 피해보상 조차 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서귀포시 강정동에 거주하는 강정근씨는 제7호 태풍 ‘쁘라삐룬’ 북상으로 지난 4일 한경면 월림리에 위치한 감귤 하우스 자동개폐기 시설과 감귤나무가 모두 불에 타버렸지만 정작 감귤나무에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강씨는 “하우스 전기 자동개폐기에 낙뢰를 맞아 불이 시작됐는데 비닐하우스 전체로 번져 나무들이 몽땅 타버렸다”며 “근데 농작물재해보험은 비닐하우스 시설(비닐, 자재)에만 보험금 지급이 한정돼 있어 나무가 불타버려 일어난 손해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강씨는 도움을 얻고자 농업기술원 전문가에게도 조언을 구했지만 뾰족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강씨는 “농업기술원 전문가는 20일~25일까지 감귤나무를 지켜보고 나무가 썩기 시작하면 나무 밑 부분을 잘라내라고 하는데 이미 검게 타버린 나무들을 지켜볼 수 없어 막막할 따름”이라며 “나무가 말라 죽고 있어서 앞으로 3~4년은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씨는 결국 지난 5일 농작물재해보험을 해약했다.

제7호 태풍 쁘라삐룬이 지나가면서 내리친 낙뢰로 인해 불 타버린 감귤나무.

태풍 길목인 제주도는 다양한 농작물재해보험 상품을 개발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담당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감귤’이 전국적인 품목이 아니고 예산 문제 등으로 난색을 표해왔다. 이에 제주도는 지난해 말, 올해 초 폭설로 감귤피해가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에 상품개발을 요청했고 정부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개로 제주도는 원희룡 지사가 공약한 ‘제주형 재해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금 당장 제주도가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다만 원희룡 지사가 공약한 ‘제주형재해보험’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재해보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근 3~4년 피해규모, 사례 등 각종 자료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은 못하더라도 농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의지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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