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한국 근현대 미술 걸작전 100년의 여행, 가나아트 컬렉션’
천경자·백남준·박수근·김환기 등 작가 110여점 전시, 미술사 전반 경험

천경자, 아열대Ⅱ, 1978, 종이에 진채 72×90cm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한국 근현대를 대표하는 천경자, 백남준, 박수근, 김환기 등 국내 내로라하는 작가들 작품이 제주를 찾는다.

제주도립미술관(관장 김준기)은 한국 근대와 현대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선보이는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 100년의 여행, 가나아트 컬렉션’을 오는 14일부터 10월 3일까지 연다고 11일 밝혔다. 전시는 기획전시실과 시민갤러리 두 곳에서 열린다.

전시는 제주 최초로 우리 근현대 미술사 걸작들을 선보이는 자리가 된다. 가나아트 컬렉션은 컬렉터(수집가) 이호재 회장이 가나문화재단을 설립하고, 소장품을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한 소중한 문화적 결과물들이다.

회화, 한국화, 조각, 입체, 미디어 작품 등 총 110점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생생한 한국 근현대미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번 전시는 한국 근현대미술 역사 전반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구상미술과 추상미술의 흐름 등 우리 미술사조의 변천사를 되짚어볼 중요한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백남준, Phiber Optik, 1995, 혼합재료, 206×224×147㎝

작가들 면면은 화려하다. 한국 모더니즘의 문을 연 추상미술의 거장 김환기, 한국적인 미감을 가장 생생하게 표현한 박수근, ‘한국의 로트렉’ 구본웅, 전통 수묵채색의 영성을 일깨운 박생광, 민중미술의 전설 오윤, 조선이 낳은 천재 화가로 불리는 이인성, 한국의 자연주의적 인상주의 화론을 구축한 오지호, 조선 최초 여성 화가로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 20세기의 르네상스 예술가로 불리는 백남준, 여성 특유의 섬세한 감수성으로 환상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그려냈던 천경자 등 이름만으로도 미술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작가들의 역작들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김환기의 작품 ‘산월’은 김환기 특유의 한국적인 서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푸른 색조를 바탕으로 두 개의 달이 산인지, 물인지, 구름인지 모를 리드미컬한 선을 타고 있는 형상을 나타내고 있다.

구본웅의 작품은 ‘여인 좌상’ 등 4점이 온다. 한국 표현주의를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인 구본웅의 작품을 통해, 그의 담대한 필치를 확인할 수 있다. 박수근의 ‘소금장수’는 우리네 평범한 일상을 소박하지만, 진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품을 통해 삶의 중압감 속에서도 생을 이어나가게 하는 담담하고 희망적인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전쟁 전후의 시대상과 정감 어린 추억 속 정경들을 향토적으로 표현하였던 박상옥의 ‘서울풍경’, 부산 출신의 화가 김경의 ‘소’와 ‘소녀’를 통해 향토적인 정다움을 느껴볼 수 있다.

이인성, 복숭아, 1939, 캔버스에 유채, 91×116.8㎝

또한, 민중미술가 오윤의 작품 5점을 통해, 격변의 현대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이인성의 작품 ‘복숭아’는 이국 취향에 관한 관심과 토속적 소재를 추구해온 이인성의 양면적인 회화 세계를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준다.

근현대 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여성 작가들의 작품들도 다양하게 소개한다. 때로는 섬세함을 때로는 대담함을 드러내는 여성 화가들의 빛나는 걸작들의 면모를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 나혜석의 ‘별장풍경’, 따뜻하고 찬란하게 빛나는 투명한 색채의 대가 이성자의 작품, 열정과 예지의 삶을 살다 간 꽃의 화가 천경자의 작품 ‘아열대 Ⅱ’ 등은 이번 컬렉션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본 전시를 통해 또한 1세대 추상미술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적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곽인식의 대작인 ‘무제’, 유영국의 색면추상의 면모를 작품 ‘Work 3’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수묵추상의 대가 권영우와 구상에서 추상으로의 전환 과정을 보여주는 월남화가 권옥연의 작품도 전시된다. 추상미술로 나아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초창기 모습을 담은 하인두의 작품과 만다라를 주제로 한 전성우의 우주ㆍ예술적 작품 등은 한국 현대미술의 깊이를 보여준다.

수묵채색화 계열의 대표작가들 작품도 소개된다.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이당 김은호, 월전 장우성, 남정 박노수 등 한 시대를 풍미한 수묵채색화의 품격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만날 수 있다. 박생광의 대표작 ‘무당 Ⅱ’도 전시된다. 박생광의 작품은 자유로움과 대담함이 두드러진다. 한국 전통의 오방색을 사용하여 강렬한 색감을 내뿜고, 우리가 잃어버렸던 민중의 정서를 작품 안에서 만날 수 있다.

권진규, 〈지원의 얼굴〉, 1967, 테라코타, 48×32×20㎝

조각 입체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다. 염원과 구도의 예술가 권진규의 테라코타와 문신의 조각들도 이번 전시를 다채롭게 한다. 제주도 출신 중광 스님이 남긴 병풍 그림과 유화, 도자기 등도 본 전시의 깊이를 더한다.

‘한국적인 것’과 ‘우리 정체성에 대한 진실한 추구’는 가나아트에 의해 선택된 작가들에게서 찾을 수 있는 특징이다. 이번 전시에서 오윤을 제외한 거의 모든 작가는 해방 전 세대로,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기가 힘들었던 시대를 살아냈다. 각자가 사용한 매체가 수묵, 흙, 유화 등으로 다르고, 추구한 양식의 종류도 추상과 구상으로 구별될 수 있지만, 이들의 작품 속에서 공통된 화두를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우리의 미술은 무엇이어야 하며, 우리 고유의 정체성을 어떻게 획득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오현미 큐레이터는 “한국 근현대미술 걸작전을 통해 ‘현대화된 한국미’의 구체적인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볼 수 있게 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은 “가나아트 컬렉션은 예술작품을 통하여 우리 근현대사 100년의 여행을 안내하는 길라잡이”라며 “이번 전시가 수준 높은 미술작품 기회를 제공하고, 한국 근현대 역사를 반추하는 역사적 성찰의 장을 만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수근, 소금장수, 1956, 하드보드에 유채, 33x23.5cm
김환기, 〈산월〉, 1962, 마포에 유채, 130.5×162㎝
박생광, 무당11 , 1985, 한지에 수묵 채색, 136.5x132cm
소정 변관식, 촉산행려도, 1922, 비단에 수묵담채, 210x70cm
오윤, 바람부는 곳Ⅰ, 종이에 목판, 1980년대, 32x47cm
이응노, 〈군상〉, 1983, 한지에 수묵, 165×271㎝
장욱진, 새, 1988, 캔버스에 유채, 45.5x37.5cm
청전 이상범, 춘경, 1961, 종이에 수묵담채, 78x17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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