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유신시절 기나긴 사유의 시간 확인
도립미술관, 10월3일까지 2부로 나눠 조명

제주도립미술관은 1960년대 14년간 제주에서 지낸 바 있는 화가 강광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초대전을 오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제1·2부로 나뉘어 연다.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II', 2003, 캔버스에 아크릴, 100×130.

화가 강광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초대전이 오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제1·2부로 나뉘어 열린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제주도립미술관은 1960년대말 제주를 찾아 14년간을 보낸 점에 주목했다. 강 작가는 유신정권 하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끝없이 고뇌하며, 힘든 현실을 그의 정신 속에서 추스르고 아우르고자 기나긴 사유의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이 시기를 스스로 ‘화가 인생의 습작기’라고 말한다.

이 시기 작품에 그가 관심을 둔 자연과 현실을 그만의 독특한 컬러로 해석하고 있는 점을 통해 “10여 년의 제주 생활 동안 강광이 젊은 예술가로서 자신의 초상에 대해 얼마나 번민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미술관 측의 설명이다.

제주도립미술관은 1960년대 14년간 제주에서 지낸 바 있는 화가 강광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초대전을 오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제1·2부로 나뉘어 연다. 강광 '烏飛 Don't Attack'. 2007, 캔버스에 아크릴, 180×227.

다음달 15일까지 예정된 제1부 전시에서는 1982년 제주를 떠난 후에도 제주에서의 고뇌를 이어가는 화가의 예술세계도 엿볼 수 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의 작품으로 ‘침묵적 저항’과 ‘역사와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으로 나누어 50여 점을 선보인다.

다음달 17일부터 열리는 제2부에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작품 50여 점을 전시한다. ‘반민족, 반통일 세력에 대한 경종’과 ‘삶의 터, 사람에 대한 애정’이 주제다. 아름다운 자연과 제주 4·3의 시대정신, 그리고 젊은 강광의 역사 인식이 반영된 회화를 만나볼 수 있다.

14년간의 제주살이, 어지러운 세상에 지친 듯 강 작가는 그 짧지 않은 세월 동안 긴밀한 대화를 나눈 상대는 오직 자연뿐이라는 듯 작품의 모티브는 모두 자연에서 비롯된 것들이라고 미술관 측은 설명한다.

제주도립미술관은 1960년대 14년간 제주에서 지낸 바 있는 화가 강광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초대전을 오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제1·2부로 나뉘어 연다.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Ⅳ', 2004, 캔버스에 아크릴, 125×145.

이처럼 자연을 모티브로 삼은 강광의 작품에서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것은 ‘황량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라고 미술관은 분석한다. 이번 전시에서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들개’ 와 ‘새’ 등은 작가가 어릴 적 경험한 고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황량하고 몽환적인 기운과 동시에 처절한 고독감이 화면 전체를 장악하고 있다.

그 안에는 들개나 유령, 새, 멧돼지 등이 의인화되어 나타난다. 그 의미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지만, 다시 보면 어린이의 그림처럼 천진하기도 하다.

강 작가는 2000년대 이후 문자언어를 사용하여 작품을 표현하곤 했다. ‘나는 고향으로 간다’, ‘마리산 자락에서’ 작품에서 나타나는 글귀는 작가가 꿈꾸는 이상과 현실에 대한 언어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이번 초대전을 통해 관객들은 강광의 심연을 들여다보며, 힘든 시대적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본인의 독특한 예술 언어로 삶의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한 예술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미술관 측은 확신하고 있다.

제주도립미술관은 1960년대 14년간 제주에서 지낸 바 있는 화가 강광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강광, 나는 고향으로 간다’ 초대전을 오는 7일부터 10월 3일까지 약 석 달에 걸쳐 제1·2부로 나뉘어 연다. 강광 '오월의 노래?잃어버린 섬'. 1985, 캔버스에 유채, 96×130.

제2부가 시작하는 8월 17일 오후 2시부터는 ‘강광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학술세미나가 열릴 예정이다. 평소 강광의 예술세계를 연구해온 제주문화예술재단 예술공간 이아 이경모 센터장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이번 전시는 이루어졌으며, 오는 학술세미나에서 ‘한국 현대미술과 강광’에 대해 발제할 예정이다.

제주도립미술관 김준기 관장은 “강광 선생의 작품은 우리 현대사의 상처를 돌아보는 동시에 제주가 품은 자연의 가치를 재발견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제주 현대미술에 영향을 끼친 강광 선생의 작품과 그의 활동을 돌아보고 제주 미술사 정립에 또 하나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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