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해외 노선 확대·여행비용 감소…내국인들 ‘해외로’
TV 프로그램도 해외여행 부추기고, 월드컵도 변수로 작용

[제주도민일보 자료사진] 불꺼진 제주시내 한 호텔.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발길을 돌려 해외로 향하고 있다. “제주여행 갈 비용이면 해외여행 간다”는 말이 수치와 분석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28일 발표한 ‘제주지역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 요인 및 시사점’이라는 경제브리프에 따르면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올해 3~4월중에는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에 그쳐 증가세가 크게 낮아 졌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10.3% 증가했다. 제주 관광산업이 ‘효자산업’이라고 불리는 이유였다. 그러나 내국인들이 해외로 발길을 돌리면서 이 같은 명성도 내줄 판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내국인 출국자수는 750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0만명에 비해 약 14%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이 해외여행이 늘어난 이유로 ‘저비용 항공사 해외 노선 확대’와 최근 여행 관련 방송 프로그램 영향력이 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2017년 내국인 1인당 해외여행 지출 비용은 116만원으로 지난해 123만원에 비해 5.9% 감소했다. 또한 올해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가 발간한 컴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해외여행객 가운데 약 30%가 예능 방송 등을 통해 해외여행을 결심한 것으로도 조사돼 한국은행 분석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골프장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제주를 찾는 골프관광객 또한 감소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로 도내 골프장 내장객 증가율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마이너스(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골프장 개별소비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100%, 2016년부터 2017년까지 75%를 감면했다.

이 같이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이 끝나면서 올해 1~3월중 골프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8만명 감소한 것으로 한국은행 제주본부 측은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 자료사진]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줄어드는 요인으로 어지간한 국민들은 제주를 찾았다는 분석도 있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임계치에 다달했다는 분석이다. 2017년 제주방문 내구인 관광객수가 1352만명인데, 이는 10년 전 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한국은행 측은 “내국인들은 국내여행지로서 제주도에 60% 관심도를 보이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이러한 관심도가 실제 여행 계획으로 이어지는 비중은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가 갖는 매력이 해외여행보다 점점 떨어진다는 의미다.

제주를 찾는 내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요인은 ‘제주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도 있다. 바로 저비용항공사들이 해외항공편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저비용항공사가 해외노선을 확대하면서 해외여행 비용이 낮아지고 있다. 항공편 비용이 낮아지면서 전체적인 여행비용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또 제주 항공노선이 지난 3월 이후 이용객이 가장 많은 ‘제주-김포’간 노선을 중심으로 지난해 대비 주 4회 줄어들면서 접근성이 떨어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대내외 측면에서 제주관광 여건이 안개 속에 쌓이고 있지만 이 같은 내국인 관광객 증가세 둔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6월 14일부터 7월 15일까지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도 제주를 찾는 관광객 발길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도 분석된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측은 “최근 도내 관광객 증가로 투어리스트피케이션 현상이 심화되는 반면 관광객 증가에 따른 효과는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주민이 관광산업에 직접 참여하고 이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공정여행 관련 캠페인 등을 통해 관광객의 지역사회를 위한 인식 개선에도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