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 영주서 체포.압수수색... 휴대전화 4대 등 확보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복원, 박씨 ‘보육교사 살인사건’ 검색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이 17일 오전 제주지방경찰청에서 사건을 브리핑 하고 있다.

장기미제로 남을 뻔한 제주시 애월읍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과거 택시기사 박모씨(49)를 강간.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옷 섬유조직 등 여러 유의미한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경찰은 과거 피해자가 입고 있던 옷 약 3mm짜리 섬유조직이 피의자 박씨에 묻어 있었던 점을 바탕으로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확보한 여러 유의미한 증거를 바탕으로 17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제주지방경찰청은 17일 ‘미세 섬유’를 이번 사건에 있어 매우 유의미한 증거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미세 섬유 증거가 DNA를 포함하는 것과 다르지만, 매우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며 ‘모든 접촉은 흔적을 남긴다’는 명제를 제시한 뒤 “피의자와 피해여성 옷과 피부에 섬유 접촉 흔적이 있다. 피해자와 피의자 옷의 흔적이 서로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과학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과거 증거에 대한 가치를 보강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경찰은 사건 조사 당시 제주시 용담동 인근에서 확보 했던 CCTV영상을 추가로 분석해 보정작업을 거친 뒤 증거로 채택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피의자 박씨는 지난 2009년 제주를 떠나 경기도와 강원도 일대를 떠돌며 공사 현장 관리일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가 올해 2월 강원도에서 경북 영주시로 거주지를 옮겼다. 박씨는 건축업과 관련된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영주로 거주지를 옮겼다. 박씨 주민등록은 지난 2015년 거주지 불명과 연락 두절 등을 이유로 말소된 상태였다.

경찰이 박씨를 체포하기 위해 16일 오전 8시20분쯤 들이닥치자 처음에는 반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체포영장을 제시하자 순순히 체포에 응했고, 이후 제주까지 오는 과정에서 사건과 관련해서 서로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식사여부를 묻는 경찰 질문에 박씨는 “괜찮다”고 거부했다.

경찰은 피의자 박씨를 잡기 위해 지난 11일 체포영장을 발부 받았다. 경찰은 이전부터 계좌, 통신추적 영장을 미리 받아서 박씨 뒤를 쫓았다. 이후 경찰은 박씨 체포영장을 법원으로 발부 받았다.

경찰은 16일 체포영장을 집행함과 동시에 영주시에 마련된 박씨 거주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휴대전화 4대(동업자 등 명의)와 노트북 그리고 데스크톱 컴퓨터 각각 1대를 확보했다.

현재 경찰은 압수한 휴대전화 가운데 1대를 디지털포렌식 방식으로 복원중이다. 경찰은 복원한 휴대전화에서 박씨가 지난 9일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검색한 기록을 찾아냈다. 경찰은 현재까지 공범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제주를 떠나 지내면서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설하거나 의료, 진료를 받은 적이 없다. 이를 바탕으로 경찰 관계자는 “거의 잠적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피의자 박씨는 16일 오후 7시부터 시작된 경찰 조사과정에서 사건을 부인하는 취지로 대답을 하다가 2, 3, 4차 조사과정에서 증거를 제시할 때 마다 당황하거나 진술을 하지 못하다 고개를 떨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박씨는 자백은 하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은 체포영장에 명시된 강간.살인죄를 적용해 박씨를 상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박씨는 과거 성범죄 전력은 전무하며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