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재배면적·생산량 ↓, 최저 3200원 받아야 농사 가능”
농협, “전국 재배면적·생산량 늘어” 난색…21일 수매가 결정

마늘 수확.

제주산 마늘 값이 심상치 않아 농민들이 좌불안석이다. 시중 마늘 값을 좌우하는 농협 수매가 결정시기도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어, 농민들은 내년에도 마늘 농사를 짓기 위해선 농협이 3600원(1kg)에 마늘을 수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최근 현장 농민들 의견을 종합하면 제주산 마늘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 작황 또한 올겨울 한파와 봄에 잦은 비로 좋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제주지역 농민들은 시세에 큰 영향을 끼치는 농협 수매가를 3600원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3600원이 안되면 최소 3200원을 받아야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종자돈’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농민들 설명이다.

하지만 농협은 다소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마늘 수매값을 너무 높게 결정하면 상인들 발길이 끊어지게 될 뿐만 아니라 제주를 제외하고 다른 지역은 생산량이 늘어 값이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정농협 관계자는 “수매가를 높게 책정하고 싶지만 마늘 값이 너무 높으면 상인들 발길이 끊어지게 된다”고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그러나 서귀포시 대정읍과 안덕면 지역 농민들은 평당 생산비라도 확보하기 위해서는 최소 1kg당 3200원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농민들이 계산한 생산비는 평당 2830원 수준이다.

마늘 수확.

고창덕 전농 제주도연맹 사무처장은 “제주산 마늘 작황이 부진하고 재배 면적도 조금 감소 했지만, 육지 지방 마늘이 과잉 생산됐고 수입마늘 물량이 수매가 결정에 발목을 잡고 있다”며 “농협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을 햇마늘 출하시기에 방출하지 않는 등 시장에서 격리 조치해야 한다. 농정당국과 농협중앙회가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늘 값 하락은 지속돼 농민들 시름이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제주산 마늘 생산 예상량은 3만1000톤이다. 재배면적은 전국 2만8300ha, 제주는 2140ha로 지난해보다 1.6% 줄어든 상황이다.

고 사무처장은 이어 “제주산 마늘 작황이 부진하고 재배면적 또한 지난해와 비교해 약 2% 줄었다. 다만 육지산 마늘이 너무 많이 생산됐고, 농협과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물량이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와 농협이 마늘 가격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현장 농민들도 마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감소한 만큼 농협 수매값이 다소 오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내보이고 있다.

서귀포시 대정읍 이모씨는 “지난해보다 겨울에 날씨가 춥고 봄에 비가 자주 내려 마늘에 무름병이 걸리는 등 작황이 좋지 않은 게 확실하다”며 “더욱이 작년보다 1주일 이상 수확시기가 빨라졌다. 또한 평당 수확량이 지난해 보다 훨씬 적은게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밭떼기 거래 시세를 보면 3.3제곱미터당 1만4000원에 거래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1만5000원 선에도 거래됐다. 농민들은 이 같은 시세를 바탕으로 농협 수매가가 최소 3000원 이상은 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16일 농협 제주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 농협이 보유하고 있는 지난해산 마늘은 총 35만8000톤 수준이다. 이 가운데 제주지역 농협들은 5900톤을 보유하고 있다.

농협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올해는 작황, 재배면적 등 모든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주는 마늘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줄어들었지만 육지부 상황을 보면 15~18% 늘어난 상태다. 전국적인 수급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마늘 가격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까지 정부는 마늘 4800톤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TRQ 물량은 1만4000톤정도 수준이다.

제주지역 마늘 주산단지인 서귀포시 대정읍과 안덕면 농민들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마늘 수매가 결정에 앞서 여론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마늘제주협의회는 오는 21일 오전 11시 회의를 열고 수매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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