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차 직전 노후 차량 다반사, 행정당국 실태파악 조차 안 돼
버스 불법개조 ‘횡행’…농민·행정 “경찰 교통법규 단속 강화”

지난 1일 전남 영암군에서 버스로 농촌 인력들을 실어 나르다가 한 마을 노인 8명이 숨지는 교통사고가 일어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농사철을 맞고 있는 제주에서도 이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관계당국은 인력수송 버스 운용 현황이나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언제 사고가 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 농민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매년 마늘 수확시기에 오래된 인력수송 버스가 나이든 어르신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문제는 이 인력수송 버스를 개인들이 운행하고, 심지어 폐차 직전 차량이라는 것이다. 보험가입 여부조차도 알 수 없다는 것이 행정, 농민들 설명이다.

보통 농촌 인력은 ‘인력사무소’ 또는 ‘반장’을 통해 현장으로 공급된다. 인력사무소가 운송수단인 버스를 가진 개인과 계약을 맺거나 하청을 주기 때문에 ‘인력수송버스’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게 행정 측 입장이다.

그나마 제주도가 보유하고 있는 현황은 지난해 말 기준 제주지역에 등록된 직업소개소가 전부다. 제주도에 등록된 직업소개소는 127개소(제주시 94, 서귀포시 33)다.

더욱이 인력수송 버스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니 버스를 운영하는 개인이나 사업자 등이 보험을 가입했는지 여부와 차량 상태(불법개조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서귀포시 안덕면에서 오랜기간 인력을 공급 받아 농사를 짓는 성모씨는 “매년 인부들을 실어오는 버스를 보면 폐차 직전인 차량이 거의 대다수다. 버스 내부를 불법으로 개조한 차량도 많다”며 “그런 버스가 과연 보험은 들어 있을지, 차량 검사는 제대로 받는지 모르겠다”고 사고 위험성을 우려했다.

서귀포시에서 농사를 짓는 김모씨 또한 “사람들을 더 많이 태우기 위해 버스좌석 뒤쪽을 개조하는 차량도 많다”며 “결국 교통법규를 철저하게 적용해서 단속할 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제주도 측은 영암 버스교통사고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아직 인력수송버스 실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이 인력수송 버스 불법 여부를 단속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인력수송 버스가 불법 개조 등으로 문제가 있는 만큼 제도적 틀 안으로 흡수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농사 현장에 인력 등 또 다른 문제가 일어날 수 있어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며 “결국은 본질적으로 농촌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인데 더 높은 임금을 찾아 공사장으로 빠지는 인력을 제외하면 결국 농촌에서 일을 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는게 현실”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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