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밤, 서울로 시집 간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친구는 자못 심각했다. 상황은 이랬다. 친구의 친정엄마 치아에 문제가 생겼다. 어머니는 병원을 다녀온 뒤 임플란트와 틀니를 놓고 딸과 고민에 빠졌다. 틀니는 임플란트보다 700만원 가량 더 저렴했지만 사용연한이 10년이고, 아직 여성이길 원하는 어머니로서는 영 탐탁치 않았다. 친구는 가벼운 마음
외곽으로 이사한 뒤부터 쓰레기 처리가 골치다. 클린하우스가 집과 떨어져있어 주말에 몰아서 버리는데, 한 주 사이에도 차 트렁크가 가득 찰 정도로 쓰레기가 모인다. 날이 더워지면서는 미쳐 버리지 못한 쓰레기에서 벌레가 생기기 시작했다. 냄새가 나고 파리도 모여든다. 예삿일이 아니다. 겨우 두 사람 살림인데도 그렇다. 일정한 시기마다 쓰레기를 버리다보니 우리
[제주도민일보 김성진 기자] 매년 여름마다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하는 경고등이 제주에 켜졌다. 비록 80년 후의 일이긴 하지만…. 편히 잠을 이룰 수 없을 만큼 여름 내내 열대야가 이어지고, 하루걸러 하루 꼴로 폭염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한다.당장 30년 후만 해도 한 달 이상 열대야현상이 지속된단다. 폭염일수도 보름을 넘긴다고 하니
[제주도민일보 김혜림 기자] ‘넥센 8연승 행진’ ‘넥센 1위 돌풍’지난주 한국프로야구에는 또 다른 드라마가 펼쳐졌다. 지난 2008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게 된 넥센 히어로즈의 얘기다. 시즌 중 1위는 엎치락 뒷치락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넥센의 1위는 나에게 다른 팀들과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넥센의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우리집에 왜 왔니’라는 동요 가사를 보면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라는 구절이 있다. 말 그대로 무엇을 찾기 위해 온 것이냐고 물어보는 데 이에 “꽃 찾으로 왔단다, 왔단다, 왔단다”라며 노래는 이어진다.강정마을 주민들은 지난 16일부터 제주도청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 첫 꽃이 피었다. 지난달, 스티로폼 박스에 옮겨 심었던 토마토 모종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노란 꽃잎이 고개 숙여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며칠 지나니 콩알 만한 열매도 맺혔다. 내 새끼마냥 뿌듯했다. 동그란 그 모습이 수박덩어리만큼 커보였다. 기특했다. 뿌듯했다.그런데 이 녀석을 과감히 꺾으란다. 사정없이. 첫 꽃,
‘열정을 위해 논리를 버리지 말라’ 지난 1월 진보논객 진중권씨가 트위터로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팬들과 온라인으로 입씨름을 벌이던 중 한 트위터리안에게 건넨 말입니다. 당시 논란의 쟁점에는 BBK 사건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사건의 본질보다는 진씨가 건넨말에 마음을 뺏겼습니
창고를 정리하다 달팽이를 봤다. 방향을 가늠하려는 듯 사료포대 위에서 연신 더듬이를 흔들고 있었다. 축축한 곳을 좋아한다는 놈이 건조한 종이 위에 홀로 있으니, 길을 잃고 당황하는 것처럼 보였다. 왠지 가여웠다. 얼마 전, 친정엄마가 결혼 후 처음 우리 집에서 며칠을 지내다 가셨다. 엄마가 오기 전부터 놀러갈 계획을 세우고 텃밭에 심은 고추며 허브를 자랑할
베트남 소녀가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다가와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마이입니다” 발음이 또렷하다. 이 인삿말을 배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습을 반복했을까할 정도였다.지난 2일 베트남 한 시골마을에서 열린 중학교 준공행사. 김만덕기념사업회가 교육시설이 열악한 베트남의 ‘번푸구’라는 한 외지에 700여명을 수
“어, 어떡해 지호야…”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에 아이가 있는 쪽으로 돌아봤다.밤새 고열 때문에 누워있던 아이가 숨이 멎은채 몸이 굳어가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아이의 몸을 주무르며 마사지를 해봤지만 효과가 없었다. 당황한 아내는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고 난 아이를 안고 병원으로 뛰기 시작했다. 13층. 내 품에서 식어
[제주도민일보 김성진 기자] 돈을 벌고 싶으면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말이 있다. ‘부동산은 곧 안전한 투자처’라는 말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수익성이 높은 만큼 위험한 투자처’라는 뜻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이처럼 부동산은 ‘투자’와 ‘투기’의 양면성을 동시에 내포
[제주도민일보 김혜림 기자] 벚꽃도 떨어지고 봄이 지나간다. 한창 꽃놀이를 즐기던 곳곳에는 떨어진 벚꽃과 조용한 바람만이 남아있다. 봄은 그렇게 짧은 순간 화려한 기운을 내뿜고 ‘봄이구나’ 느끼는 순간 떠나간다.나의 봄은 언제였을까. 아마 대학때 인것 같다. 스무살이란 나이만이로도 풋풋함 가득했던 시절,우리 동네 도서관을 백여개쯤 갖다
[제주도민일보 김동은 기자] 어릴 적부터 유독 봄비를 좋아했다. 메말라가는 감성을 적셔줘서 좋았고, 또 비가 내리고 나면 대지의 모든 생명들이 앞다퉈 봄의 전령사를 자처하듯, 서로가 먼저 꽃을 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까지도 좋았다.주말 사이 제주에는 봄비가 내렸다. 하지만 그 양은 요란할 정도로 너무 많았고, 요란한 봄비로 인해 도내에서는 크고 작은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김영훈)이 오는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제64주년 재일본4.3희생자위령제 및 23일 도쿄에서 개최되는 추도행사·강연회에 교류대표단을 파견한다.‘재일본제주4.3사건유족회’와 ‘오사카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재일본4.3희생자위령제는 22일 오후 2시 오
[제주도민일보 변상희 기자]한 울타리 안의 한 사람이 상대방을 견제한다. 그 대상이 자신보다 우위한 능력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강도는 더 높아진다. 현명한 안목은 흐릿해지고 판단은 일방적이다. 상대방이 하는 무엇이던, 일단 까고 본다. 협상 테이블은 없다. 스스로가 코너에 몰리기 전까지는 빗장을 단단히 할 뿐. 손을 맞잡고 견제를 푸는 일은 자신의
지난 15일 강정마을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갈등으로 형제·부모가 등돌렸던 강정마을 주민들이 찬반을 떠나 한데 모였는데요. 행사소식을 전해들은 전 걱정이 많이 앞섰습니다. 해군기지 반대 측 주민 주최로 치러진 행사라 행여 찬성측 주민들이 한명도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이 든 것도 사실입니다. 다행히 많은 인원은 아니
11일 제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다. 민주통합당 김우남 후보가 일찍부터 자리를 굳힌 제주시 을을 제외한 제주시 갑과 서귀포 선거구에 관심이 모아졌다. 갑 선거구의 경우, 6선을 노리는 새누리당 현경대 후보와 3선을 꿈꾸는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간 초박빙 양상이 벌어졌고, 무소속 장동훈의 선전을 두고도 득표율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졌다. 오후 6시 투표가
외장하드에 저장된 사진폴더를 헤집어 본다. 년도별로 묶어 놓은 사진폴더 속엔 수많은 내 기억이 담겼다. 그 기억을 더듬다가 2006년 ‘대추리’ 사진첩을 클릭하게 된다. 평택 대추리의 황금 들녘, 콤바인이 지나간 자리만 누런 흙색으로 변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 지긋하신 주민들의 어두운 눈빛과 흰 수염이 상징이 된 문정현 신부의
[제주도민일보 박민호 기자]‘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어제 오늘 작은 태풍과 맘먹는 강풍과 눈을 동반한 강추위가 몰아치면서 ‘춘래불사춘’이란 고사성어가 새삼 인터넷 이슈로 떠돌아 다닌다.기상청은 중국 대륙에서 불어온 한랭한 고기압(영하 30도)세력이 적도 부근에서 올라온 따뜻
[제주도민일보 김혜림 기자] 송옥춘씨(87·애월읍)가 21살이던 1948년 12월. 교사의 아내라는 이유로 9차례에 걸쳐 경찰들에 불려가 군홧발 등으로 온몸에 구타를 당했다. 고춘자씨(70·무릉2리)는 당시 7살이었다. 머리와 팔의 상처, 잃어버린 시력이 어떻게 다쳤는지도 기억이 없다. 인조 안구로 살아야 했던 험난한 삶과 약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