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다보면, 농작물에 물을 주기위해 호수를 설치한다.그중에서도 점적호스라는 게 있다.이스라엘에서 개발한 것으로 최소한의 물로 극대화를 올리기 위해서 만든 호스다.호스의 중간 중간에 아주 작은 구멍이 있어 압력을 받으면 자동으로 열려 물이 한 방울씩 똑똑 떨어진다.한꺼번에 왕창 줄 수도 없다.육안으로 볼 때는 겨우 한 방울씩(?)하며 냉소를 보내지만 이게 엄청난 일을 한다.한 방울이 모이고 모여서 작물에겐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공급한다.서서히 땅속으로 스며들게 되어 공기 중으로 증발되는 걸 최대한 막아낸다. 정
나는 농사꾼이다.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레몬이며, 팔삭이며, 영귤이다.연휴라고 모두들 집에서 쉬지만 난 농장에서 쉰다.적당량의 노동과 스트레스를 나는 즐긴다.어차피 해야 할 일이기에 즐긴다.누가 대신 해주지도 않기 때문이다.조금 더워지면 그늘에서 쉬고, 더 더워지면 찬물을 마신다.안 그러면 내가 지친다.내가 지치면 농장을 관리할 사람이 없다.물론 용역을 부르고 시키면 된다.하지만 그 역시도 내가 하는 것만 못하고, 애정도 떨어진다.그래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농장을 관리하고 싶다면 무리를 해서는 안 된다.농장을 관리할 때는 마음에
차를 운전하다보면 누구나 안전거리를 둔다.이유는 앞차와의 간격을 두어야 급작스런 상황에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설사 충돌사고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큰 피해는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오늘같이 비오는 날에는 더더욱 그러하다.대인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적당한 안전거리를 둔다면 큰 피해는 줄일 수 있다.누군가에게 상처를 받는 이유는 안전거리를 두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특히 요즘같이 예측 불가능한 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인문학 강좌를 ‘제주시 평생학습관’에서 진행을 한다.지난주에는 이석재 교수의 ‘질문하는 힘:철학자는 무엇을, 왜 묻는가?’를 주제로 한 철학 강의를 들었다.행복한 삶을 찾기 위해서 끊임없이 철학을 하고 있다고 한다.철학이 어렵다고만 느껴졌었는데 그나마 유익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쪼개고 분석하고, 또 쪼개고 분석하고의 연속선상에서 삶의 행복을 찾고 또 찾아가는 길이라고도 했다.그동안 위대한 철학자들이 수많은 철학 이론들을 펼쳐냈지만, 이 역시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계속 변하기 때문에 모든 철학적 이론은 아직도 진
더우면 흘리는 게 땀이다.또한 활동을 많이 해도 흘리는 게 땀이다.외부의 요인과 내부의 요인이 다르기는 하지만 흘리는 건 땀이다. 농업도 그러하다.돈을 벌기위해 농사를 짓는다.하지만 단지 돈만 벌려고 농사를 짓는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부모님이 가꾸어 놓은 농장에서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젊은 후배 농업인들의 생각과 상업적 논리로만 농사를 짓는 상업농들의 생각이 과연 같을까?대를 잇는 후배들은 농장에서 꿈도 키운다.꽃도 가꾼다.웃음소리가 주위를 밝게도 한다.그러면서 땀도 흘린다. 상업농들의 농장은 효율성만을 따진다.그래서 규모를 확
며칠 전 예멘인들에게 도움을 받았다고 하니 친구가 전화가 왔다.“따르릉~ 따르릉~~”"근시가~ 어떵 연락허믄 돼?"아침에 3명을 픽업해주며, 수고하라고 토닥여줄 때 그들은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씨~익 웃는다.내 친구는 풋귤을 수확하는 방법과 수확한 풋귤을 20kg들이 콘테이너에 채워야한다며 손짓발짓하며 열심히 가르친다.예멘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내 친구의 모습이 보인다.며칠 전 나의 모습이었다. 처음엔 다 그렇다.누구나 그렇다.시간이 걸릴 뿐이다. 나 또한 처음에
농부로 산다는 건 결코 낭만적이거나 풍요로운 것만은 아니다.제주로의 이주붐으로 귀농귀촌인들이 엄청 몰려오지만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이주하는 귀농귀촌인들이 종종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그들은 나에게 한결 같이 물어본다.“어떤 작물이 돈이 되죠?”“싼값에 나오는 과수원은 없나요?”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사실 돈이 되는 작물은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고, 싼값의 과수원은 급매물일 경우이다.그렇다면 누군가는 또 손해를 봐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또한 그런 작물이나 과수원이 있다면 내가 재배하고 살지,
영화 ‘명량’이 관람객 1600만 명 돌파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연일 신기록을 깨고 있다.그렇다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걸까?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감독의 연출력만 뛰어나서 그런 것일까?아마 지금 우리가 처해있는 입장과 너무나 닮은꼴들이 많아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건 아닐까?1592년 일본의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을 침공한다. 소총으로 무장한 왜군들은 파죽지세로 한양을 향했다. 선조는 자기만 살겠다고 한양과 백성을 버리고 의주로 도망을 가서는 정권을 뺏길까봐 전전긍긍했다.그러나 이순신 장군의 수군들은 열악한 상황에서도 연전
태풍 ‘나크리’가 올라온다.어제 태풍을 맞이할 준비로 하루 종일 농장에서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우고, 옮기고, 가두고, 싸고, 쌓고, 묶고….그래도 불안해 농장엘 와보니 밀감컨테이너 박스는 비바람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비만 쫄딱 맞으면서 허겁지겁 박스들을 옮기고 관리사에서 머리며 젖은 옷을 수건으로 닦다보니 갑자기 이런 행동이 우스워 보인다.분명 어제 다 치웠다면 이런 생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말이다.이래서 어머니는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하셨나보다.대충 옷을 갈아입고, 농장을 다시 둘러보려고 하는데 비바람이
요즘 제주는 장마철이다. 또 태풍이 올라온단다. 태풍 이름이 '너구리'다.참 재미있고 귀여운 이름이기도 하다.오늘도 태풍의 진로가 일본으로 방향을 틀지도 모른다는 예보에 조금은 안심이다.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두들 태풍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비닐하우스 농가들은 비닐의 밴드 끈을 더욱 팽팽하게 졸라 묶어 비닐이 날리지 않도록 하고 하우스 버팀줄도 정비하는 등 분주하다.밭농사하시는 분들은 미리 배수로를 정비하기도 하고 비바람에 젖을지 모르는 비료며 퇴비들도 비닐로 단단히 덮는다.거센 바람에 날아갈지 모르는 갖
요즘 한라산에 올라가다보면 산수국이 만개했다. 형형색색의 산수국 큰 꽃들이 우릴 유혹한다.오늘도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를 다녀오는 김에 갓길에 차를 세우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카메라의 눈을 통해 보이는 산수국은 참 아름다웠다.그러다보니 몇 일전 SNS를 통하여 좀 더 잘 알게 된 산수국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한다.제주에선 “도채비 꽃”이라고도 불린다. 이유인즉, 화려하게 꾸민 가짜 꽃으로 벌과 나비를 유인하고, 가짜 꽃의 색이 도술을 부려 꽃이 지는 동안 계속 변한다고 한다.어떤 이는 화장빨 이라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생존본